신길교회 북향민 5쌍 합동 결혼식
혼수와 신혼여행, 피로연도 지원  
혼주도 하객도 신길교회 성도들
따뜻한 사랑받으며 백년가약
두손 꼭잡고 행복한 새출발

늦깎이 신랑, 신부가 수줍게 맞절을 한다. 서로 반지를 끼워주며 변치 않는 사랑도 약속했다. 지난 4월 1일 신길교회에서 특별한 웨딩마치가 울렸다. 북향민(탈북민) 5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린 것이다. 자유의 나라에서 새 가정을 꾸린 북향민들은 고영남-최영희 씨를 비롯해 박성삼-김정순, 박철진-김정옥, 염용철-박영금, 조철복-정선희 커플이다.  

이날 이들 북향민 결혼식을 주선한 데는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이다. 한국에 어렵게 정착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북향민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기용 목사와 성도들이 따뜻한 사랑을 모아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합동결혼식을 마련했다.  

결혼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신랑 신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비록 홀로 탈북해 가족이라곤 신랑과 신부 단 둘 밖에 없었지만 신길교회 성도들이 신랑 신부의 가족을 자청했다. 혼주석에는 평소 북향민 부부를 위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명구 박정빈 박정규 이채식 이현철 장로부부(멘토)가 앉았고 신길교회의 성도들이 친지와 하객의 자리를 지켰다. 

주례자로 나선 이기용 목사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다툼과 갈등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체제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들이 내면에 쌓여있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하셨고 짝지어 주셔서 부부가 되게 하셨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자꾸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 서약이 이어졌다. 신랑들이 무릎을 꿇고 신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힘들 때마다 어깨를 내어주기로 다짐했다. 순간, 신랑 신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토록 소원하던 결혼식을 하게 된 기쁨과 꿈을 이뤄준 신길교회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신길교회는 이들 북향민 신혼 부부를 위해 혼수와 피로연, 신혼여행까지 지원했다. TV와 전자렌지 등 가전 제품, 양복 등 모두 성도들이 정성을 모았다. 또 제주도 신혼여행을 위한 호텔비와 왕복 항공권도 성도들이 후원했다. 여기에 신혼여행에서 쓸 경비까지 내놓은 성도도 있었다. 또 신길교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부부학교 교육도 했다. 

성도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임미희 권사와 박윤희 성도가 ‘Over the rainbow’와 ‘휘파람’으로 축가를 불렀다. 국회의원 김민석 집사, 해외선교위원회 부위원장 이현절 장로도 축사로 이들의 축복된 만남과 결혼을 축하했다. 이렇게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멋진 턱시도를 걸친 신랑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새로운 삶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결혼식을 마친 부부들은 4월 3~5일 2박 3일간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신길교회 덕에 결혼식과 피로연, 신혼여행까지 남부럽지 않게 치른 신랑들은  신부에게 늘 갖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비로소 내려놓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랑 고영남 씨는 “오늘 제 생애 최고의 날이다”며 “저를 대신해 결혼식을 준비해주신 우리 담임목사님과 교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신부 최영희 씨도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평생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1년 전 같은 탈북민 출신 남편을 만난 최 씨는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빠듯한 형편에 결혼식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출석하고 있는 신길교회에서 합동 결혼식 소식을 듣고 꿈을 꾸는 줄 알았다고 한다.   

최영희 씨는 “평소 웨딩드레스를 입는 결혼식이 너무 부러웠지만 돈이 없어 결혼식을 꿈도 꾸지 못했는데, 신길교회에서 오늘 간절한 소원을 모두 풀어주었다”며 모든 게 하나님 은혜다, 신길교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합동결혼식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살아가라는 신길교회 성도들의 따뜻한 응원이자 귀한 선물이었다. 이기용 목사는 “이 분들의 간절한 소원이 결혼식과 제주도 신혼여행이라는 말씀을 듣고 합동결혼식을 섬기기로 했다”며 “앞으로 사랑이 풍성한 가정생활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길교회에는 현재 북향민 10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이들을 위해 새가족 4주 교육을 비롯해 일대일 말씀 양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제를 위한 야외 수련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북향민 찬양 감사예배’에는 믿지 않는 북향민 150여 명이 초청돼 기존 북향민들과 300여 명이 모여 평양예술공연단 등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복음을 나누기도 했다. 북향민들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명절에도  ‘북향민 초청 윷놀이’를 열고 명절 선물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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