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 / 네가 자라 배울 것은 학교의 교과서만이 아니다. / 겨울에는 얼어붙고 여름에는 사태지는 황톳마루 바스러진 박토에서, 제 분수 제 절도로 힘껏 살고 있는 형형색색의 풀꽃이 있다. 진실로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을 만한 풀꽃이 있다. <중략> 실로 두려움과 사랑, 눈물과 자랑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분들, 토담밑 까치밥풀이나 개똥밭의 민들레 향기 바로 그것임을 / 그래 두고두고 가르침 받을 만한 스승이 어찌 역사적 인물들만이겠느냐 / 내 딸아. (류안진·딸에게)

▨… 한국성결신문 제1351호(2023년 2월25일 발행)의 첫면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상처 보듬어’라는 르포르타주 기사가 머릿기사란을 차지하고 있었다. “신촌교회, 5,000만 원”, “중앙교회 2,000만 원”, “지진 긴급구호금 모금”, “전국교회서 온정이어져”라는 기사 안내의 소제목은 백전노장의 견장처럼 빛나는 성금전달 사진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 극대화가 신문 편집자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 신문기사는 이어지고 있었다. “신촌교회와 중앙교회 외에도 강변교회, 서초교회, 새빛교회, 미평교회, 벧엘교회, 마산중앙교회, 주문진교회, 강진제일교회, 문정교회, 비전교회, 새울림교회, 세움교회, 옥금교회, 장고리교회, 홍천교회 등 전국의 여러 교회가 사랑나눔 대열에 동참했다. 인천 서머나교회(박명우 목사)는 성도들이 모은 구호물품을 18개 박스에 담아 물류센터로 보냈고 현지 대사관을 통해 이재민들에게 배분되도록 했다.”

▨… 우리 성결교회에서 ‘사랑나눔’에 동참한 교회가 이 교회들 뿐이고 구호물품을 보낸 교회가 인천 서머나교회뿐일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백전노장의 견장처럼 빛나는 사진 게재는 꿈꿀 수 없어도 무슨 무슨교회 등이라고 할 때 ‘등’에 포함되는 교회는 세기조차 벅찰 만큼 많을 것이다. 류안진 시인이 “진실로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을 만한 풀꽃이 있다”고 딸에게 가르침을 주려던 풀꽃 같은 교회가 우리 성결교회의 자랑이라는 사실만은 밝혀두고 싶다.

▨… “교회는 오직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이다.”라고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의 『옥중서간』에서 말했다. 하나님의 종들이 지켜온 목회사역의 근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섬김에 있다.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명상하며 예수님의 섬김의 길을 다짐하는 사순절이다. 이 섬김의 길이 우리 성결인들이 따르기로 한 바로 그 길, 제 분수 제 절도로 힘껏 살고 있는 풀꽃의 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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