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춘근 목사 (인천서지방 · 한국교회)

오늘날 인간의 평균수명은 과학과 의학 그리고 생명공학의 급속적인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여 현대인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내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단순히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오락과 안락, 향락과 쾌락을 즐겨하는 현대인들은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한 문제를 부정한다. 혹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할지라도 죽음문제를 미리 생각하여 불필요한 슬픔에 빠질 필요가 없다 여긴다. 즉 죽음에 대한 성찰은 삶의 기쁨과 의욕을 손상시킬 뿐 현실의 삶에 아무런 유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신앙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눈에 보이는 삶의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록 현대인들이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기를 거부한다 하다라도 인간은 예외없이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평소에 회피하다가 불현듯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엄청난 공포감 가운데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의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영원히 이별해야 된다는 공포심을 느끼면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인생여정에서 어려운 일에 직면하게 된다면 다양한 종류의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지만, 정작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죽음의 순간에는 두렵고 외로운 불행한 죽음, 곧 준비 안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쁜 세상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죽음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고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평소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건강할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지금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면서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라는 뜻이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미리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행복한 죽음은 행복한 삶만큼이나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처럼 맞이하기 어려운 행운이기도 하다. 누구나 행복한 죽음, 존엄한 죽음을 희구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후회와 회한을 가슴에 품고 한 많은 생애를 마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한 죽음을 소망하건만, 왜 세상에는 불행하고 고통스런 죽음만이 넘쳐나는 것일까? 행복한 삶이 아무런 노력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행복한 죽음 역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우리의 삶을 성숙시키는 마지막 선물이자 최후의 기회이다. 우리가 죽음의 불가피성을 항상 유념하면서 살아간다면 현재의 삶을 보다 충실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좀 더 노력할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끝자락에서 맞이하는 행복한 죽음이란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생전의 삶을 유의미하고 충실하게 보내는 것에 있다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 이웃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켜보면서, 죽음이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예전보다 더 깊이 인식하게 된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 공동체가 2023년 사순절 절기를 맞으며 인류를 위한 최선의 교육기관인 죽음이라는 배움터에서 죽음교육을 통한 삶의 소중함을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생명과 삶 역시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좀 더 공감적이며 상호존중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며 부정적인 죽음문화를 극복해 나가도록 하면 어떨까? 

나아가 죽어가는 사람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돌볼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증진해 가며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존중 그리고 돌봄으로 가득채워 나가는 일에 교회공동체가 앞장서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죽는 것에 준비된 사람은 사는 것에 준비되어 있다’는 말처럼 한국교회 공동체가 2023년 사순절에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새롭게 디자인해 나가며 죽음성찰과 경건과 영성 훈련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