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교회가, 성도의 삶이 믿음 없는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프리즘입니다.

얼마 전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회가 사용하는 화장실의 성능이 좋지 못해, 관리사무소의 화장실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그날은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리사무소 입구 문이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배가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길 건너에 새벽기도를 하는 다른 교회가 있어서, 급한 대로 사용할 생각에 큰길을 건넜습니다. 

예상대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시는 권사님으로 보이는 몇 분이 계셔서 교회 화장실을 좀 사용할 수 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트레이닝 복장에 편한 신발을 신은 불량한 복장이라 목사라고 신분을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갑자기 안색이 변하시더니 “교회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에 화장실이 없을 리가요?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어린양(?)을, 교회가 어찌 그렇게 매몰차게 내칠 수가 있을까요?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이 칼럼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 권사님 중 한 분이 길을 돌아 나오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화장실을 찾는 저와 다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권사님, 내가 아까 그 인간(?)인 줄 모르고 사명에 충실하게 한마디 하십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교회에 꼭 나가세요.” 순간 욕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속으로만 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만큼은 저도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한마디 했습니다. “그 교회 화장실이 없어서 못 가요.”

이 권사님 그제야 내가 아까 그 사람인 것을 아셨는지, 여전히 모르는 것인지 말없이 갈 길을 가십니다.

어쩌면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는 이 사건 이후,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권사님들이야 뭐 악한 마음으로 그러셨을까요. 겉으로만 보아서는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목사인지 도둑인지 알 수 없으니 그러셨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도행전 4장 32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자기의 것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소유욕과 자기중심성을 넘어선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었음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교회를 다닌다’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예수를 믿으면 교회에 나가지만, 교회에 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제대로 믿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교회는 생명을 전하는 곳입니다. 죽음 가운데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배 아픈 사람이 화장실 한 번 가기도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교회 안에서야 서로 잘 지내지요. 서로 돕고 의지하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라고 이 땅에 교회를 주신 것이 아닙니다. 

다시 사도행전으로 돌아가 보면, 이웃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방식에 감동하여 예수를 믿게 되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믿는 예수라면 나도 믿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예수 믿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하나님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냥 그 사람들 사는 모습에 감동받아 교회에 나온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도지나 메뉴얼은 전도하지 못합니다. 지금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 중에서 전도지 받고 교회 나온 사람 0.001%도 안 됩니다.

물론 우리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이지 ‘하나님 믿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교회가, 성도의 삶이 믿음 없는 사람들에게는 예수의 프리즘인 것입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물론 예배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그를 경배하는 찬양을 드릴 수 있도록 믿는 사람들에게 예배의 공간과 형식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필요를 채워야 합니다. 먹을 것이 필요하면 먹을 것을 나누고, 위로가 필요하면 위로를 나누어야 합니다. 화장실이 필요한 배 아픈 자에게 기꺼이 화장실 키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성경 야고보서에서도 “말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으로 사랑하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너희가 가서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를 비판하겠어요. 오솔길교회가 먼저 그 일을 실천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