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분 젊은 목사들이 커피를 나누는 자리에서였다. 코비드19의 위력(?)으로 지난 3년 동안에 약 10,000곳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느 목사가 느닷없이 노(老) 목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어느 유명한 목사님이 팬데믹은 한국교회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말씀하셨다는데 목사님도 그 같은 진단에 동의하시는가요?” 질문의 의도가 너무도 확연해서(그렇다, 일만 교회를 문 닫게 한 팬데믹이 오히려 기회라니!) 노목사도 잠시 멈칫거렸다.

▨… 그 멈칫거림이 젊은 목사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일까. 답변 마련의 틈도 주지 않고 두 번째의 질문이 뒤를 이었다. “팬데믹 코로나 때문에 부흥하는 교회가 있는데 그 이름이 디지털 가나안 성도교회라고 합니다. 이런 이름의 교회도 교회로 인정해야 하는가요?” 비록 은퇴했다고는 하더라도 제도로서의 교회(Visible Church)에 속해 있는 목사로서 앞뒤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골탕 좀 드세요’라는 의도가 은근슬쩍 묻어나는 것도 감안해야 할 질문이었다.

▨… “대답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답이 되고 안되고는 각자가 판단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동문서답, 도망가기 위한 답변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수 없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음을 노목사는 감추려하지 않았다. 감추어 봤자 들통날 것이므로 이실직고 하겠다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신념을 따르고 신념을 고백한다는 것은 한 세월을 목사로서 살아온 노목사에게도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었을까.

▨… 나치 독일에서 히틀러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사형 언도를 받고 감옥에 갇힌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를 노목사가 소환했다. “나치 치하에서 본회퍼 목사는 독일의 신앙인들에게 물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고 묻지 않고 오늘의 우리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라고 물었습니다. 저도 오늘 묻고 싶습니다. 오늘 이 세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만나는 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는 과연 누구인가를 …”

▨… 누구나 같은 이해에 도달할 수밖에 없겠지만 오늘의 나를 찾아오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과연 누구인가를 밝힌다면 팬데믹이 한국교회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는, 디지털 가나안 성도교회를 교회로 인정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그 답을 들려주지 않겠느냐고 노목사는 물었다. 엔도 슈사쿠의 예수(『침묵』)는 속삭인다. “밟아도 좋다. 밟아도 괜찮다.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나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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