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권 장로(강원동지방 · 양양 아름다운교회)
이채권 장로
(강원동지방 · 양양 아름다운교회)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중앙지법 545 법정. 갓 태어난 자기 자식을 숨지게 한 친모, 친부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한 판사는 아기의 저항할 수 없었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는 아기들의 묘비가 모여 있다. 무릎높이의 자그마한 비석엔 ‘infant’란 표기가 쓰여 있는데 이름이 불리기도 전에 죽은 아이들이다. 조선말 부모인 선교사를 따라 한국에 와서 출생했지만 곧바로 죽은 아이들이 묻힌 곳이다. 선교 초창기인 1900년 말까지 양화진에 묻힌 17명 가운데 10명이 4세 이하 영유아였다.

구약성경 사무엘하에는 다윗왕이 자신의 충직한 신하 우리아가 전장에 나간 사이 그의 아내 밧세바와 사랑을 나눈다. 그녀는 임신하게 되고 당황한 다윗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그녀의 남편을 전장의 선봉에 세워 죽게 한다. 하나님은 선지자 나단을 보내 다윗의 잘못을 책망하게 되지만 아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위독한 상태를 맞았다. 그는 식음을 전폐하고 밤새도록 울며 아기를 위해 기도했으나 아기는 이레 만에 죽고 말았다.

한 해 동안 전염성 질환과 영양실조로 죽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230여 만 명이 되고 우크라이나전 발발 9개월 동안 희생된 아이들만 437명, 탈레반 치하 영양실조로 3개월간 사망한 아프간 아이들이 323명 그리고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다 굶어 죽는 북한의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는 보고가 나오는 게 있다.

2,000여 년 전 베들레헴에서 한 아기가 태어났다. 그분은 이 땅에 천국과 사랑과 평화와 자유를 선포하시기 위해 아기로 오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은 아이들과 같지 않으면 천국을 볼 수도 없고 천국을 소유할 수도 없다고 하셨다. 예수님도 인정하셨던 아이들의 순진무구함, 환한 웃음과 미소. 아이들은 이 땅의 미래이고 소망이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대표적 저출산 국가이다. 그중 지방은 변방이고 땅의 끝이다. 선교지 중의 선교지이다. 아이들은 진학을 위해 중소도시로, 대학생이 되면 대도시로 흡수되니 주님의 몸 되신 교회학교는 점점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내가 사는 강원도 양양군의 경우 4세~20세 사이의 인구는 2,000여 명, 그 중 청소년 인구는 9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교회에 출석하는 인원은 70명도 채 안 되니 서울이나 수도권 중형교회 한곳의 교회학교 숫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10년 전에 비해 양양군 교회학교의 90%가 사라진 것이다.

시골의 학교는 입학생이 없어 폐교의 위기를 맞고 있고 많은 교회가 아이들이 없어 교회학교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감사하게도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은 군기독교연합회와 손잡고 지방 교회학교 살리기 위한 웨이크업 운동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분기별 청소년 찬양집회와 여름과 겨울 합동 수련회가 그것이다.

교회 공동체는 그 무엇보다도 다음세대를 위해 기도와 물질과 관심을 가지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그리고 대도시에 있는 교회들은 지방교회의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웟과 같은 순전한 믿음의 아이들, 요셉과 같이 역경과 고난에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아이들, 모세처럼 민족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아이들. 주님은 그런 아이들이 교회를 통하여 끊임없이 배출되기를 원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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