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 싸목’ 걷는 섬티아고 12사도 길
문준경 전도사 순교정신 깃든  소악교회와 ‘순례자정원’  
명상하며 걷는 12사도의 집
코로나 시대에 지쳐있는  크리스천들이 영성을 찾아  떠나고 싶은 거룩한 섬

전남 신안군의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에는 ‘12사도 순례길’이 조성되었다. 대기점도에서 시작해 마지막 섬까지 이어지는 12km의 탐방로에는 예수의 12제자 이름을 딴 작고 아담한 예배당이 세워졌다. 5개의 섬이 연결된 12개의 예배당을 차례로 둘러보며 걷는 길이다. 그래서 이곳을 ‘순례자의 섬’ 또는 ‘한국의 섬티아고’라고도 부른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고, 걸어서 갯벌 끝까지 가도 좋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은 여름이라서, 가을은 가을이어서, 겨울은 겨울이라 좋다. 바다도, 모래도, 꽃도, 짱뚱어도, 사람도, 다 보물로 보이는 한없이 아름답고 거룩한 섬이다.

새해, 순례의 길을 걸어보자. 12사도 순례길의 본질은 나를 돌아보는 묵상과 성찰, 기도가 되어야 한다. 순례의 여정은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계속해서 흔들릴 자신을 토닥여주는 삶의 걸음이다.

 

1번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순례길을 시작하며 첫 눈에 반하는 이국적인 곳 

대기점 선착장에 내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 지중해 연안 산토리니의 마을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한 이국적인 파란 돔의 하얀 건물이 바다와 잘 어울린다. 예배당 내부는 흰 회벽으로 거칠게 마감하고 수채화가 그려져 있어 단정하다. 순례길을 시작하며 울리는 작은 종이 있다.

 

2번 안드레아의 집(생각하는 집)

고양이가 많은 기점도, 아랍풍의 동화 같은 곳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길을 걸어 도착한 ‘안드레아의 집’은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전통과 서구의 융합식 건축물이다. 하늘색 돔은 양파를 형상화한 것이고, 첨탑에 있는 고양이는 ‘고양이 천국’인 섬을 상징하며 대기점도의 노둣길을 배경으로 마을 앞동산에 섬 주민들의 무사기원을 담아 건축했다고 한다. 해와 달의 공간으로 나뉜 실내의 독특한 디자인이 아름답다.

 

3번 야고보의 집(그리움의 집)

숲속의 작은 연못가 오두막집을 연상케하는 곳

논길을 따라 걷다보면 연못 주변 숲속에 작은 오두막집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에 붉은 기와, 로마식 기둥이 지붕 양쪽을 떠받쳐 안정감을 준다. 신라시대 ‘비천상’을 닮은 벽면의 부조와 분홍빛의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작은 창, 나무 조각을 모아 만든 대문이 특색있다.

 

4번 요한의 집(생명평화의 집)

아름다운 순애보 사연이 담긴 곳  

논두렁과 밭길을 보며 10여 분 걷다 만난 갈림길에서 1.1㎞를 더 들어가면 하얀 첨성대같은 벽돌집이 보인다. 땅을 기증한 할아버지의 할머니를 향한 순애보가 예배당 안에 남아 있다. 바다를 향하지 않고 밭쪽으로 나있는 작은 창을 통해 먼저 떠난 할머니의 무덤이 보인다. 천정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빛의 밝기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움과 의자와 바닥 중앙에는 생명, 평화, 탄생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5번 필립의 집(행복의 집)

프랑스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곳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노둣길 입구에 있으며 바다와 접한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프랑스 작가 장미셀의 작품으로 프랑스 남부 건축 양식으로 지었다. 인근 바닷가에서 주워 온 자갈로 적벽돌 사이를 메우고, 주민이 사용하던 절구통으로 지붕을 마감하는 등 지역의 정서를 담으려 한 노력이 돋보인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를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잘라 얹은 지붕과 뾰족한 첨탑 꼭대기의 작은 물고기 모형이 특이하다.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 집)

물 위의 유리집으로 빛과 색채가 예쁜 곳

연못 한가운데 지어졌으며 전체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져 보는 위치와 햇빛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다리가 없고 배를 타고 건너가서 기도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한다.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한 낮의 빛을 모아 밤에는 은은한 빛을 밝히기에 낮과 밤 모두가 아름다우며 특히 물에 비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7번 토마스의 집(인연의 집) 

페르시아 왕자가 생각나는 동화 같은 곳

잔디밭 언덕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이다. 진한 파란색 문과 창틀의 신비한 빛깔의 푸른 안료는 모로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하나하나 쌓아올린 벽돌 구조물에 섬에서 채취한 석회로 마감하여 자연의 색과 인간의 건축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별들이 내려와 박힌 듯한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며 뒤쪽 벽에는 십자가 모양의 창이 있어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8번 마태오의 집(기쁨의 집)

아라비안나이트 시대가 연상되는 곳

소악도로 가는 노둣길 중간에 세워진 황금빛 돔 지붕은 러시아 정교회의 모습과 흡사하며 황금색 돔은 이 섬에서 많이 재배하는 양파를 형상화했다. 내부는 사방으로 대형창문이 있어 갯벌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고 밀물에는 ‘바다 위에 떠있는 집’이 되기에 꼭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의 테레사 수녀라 할 수 있는 신안군이 낳은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고무신 행전과 12사도 순례길의 중심에 있는 소악도엔 소악교회가 있으며, 200평 되는 교회 앞마당은 꽃과 나무, 여러 조형물로 아름답게 꾸며져 섬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순례자정원’이 있어 순례길 도중 편한 쉼을 하며 기도할 수 있는 곳이다.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소원의 집)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오두막 같은 곳

갈림길 우측에 있으며 어부들이 거친 바다로 나가기 전 기도하는 유럽의 ‘어부들의 기도소’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프랑스 작가가 건축했는데 오히려 건축물의 곡선처리가 동양적이다. 동화 속 일곱 난장이들이 살았을 법한 독특한 외관에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며 내부는 순례자들이 편안히 휴식할 수 있게 나무 마루가 깔려있다.

 

10번 유다 다대오의 집(칭찬의 집)

액자마냥 사진 찍기 좋은 곳

소악도에서 진섬으로 가는 노두길 끝 갈림길에 있다. 톱니바퀴 같은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하얀 건물 자체만으로도 몽환적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액자처럼 바다를 찍는 창틀이 있다.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11번 시몬의 집(사랑의 집)

낙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일몰 사진의 포인트로 알려진 곳이다. 파리의 개선문처럼 모든 공간이 바다로 열려 있다. 작품의 꼭대기에는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 ‘조는 하트(Sleeping Heart)’가 설치되어 있고 커다란 조가비 문양의 부조가 여러 곳에 있다.

 

12번 가롯 유다의 집(지혜의 집)

몽쉘미셀을 연상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곳

12사도 순례길의 하이라이트인 곳이다. 바다물이 만조일 때는 갈 수 없는 딴섬에 있으며, 고딕양식의 예배당은 마치 프랑스 ‘몽쉘미셀’ 성당을 떼놓은 듯 이국적이다. 작가는 “유다가 배신을 했지만 이후 잘못을 뉘우친 제자로 배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반성의 아이콘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붉은 벽돌을 나선형으로 쌓은 종탑이 특이한데 이곳에서 순례길을 마치는 종을 친다. 노둣길이 아닌 바닷길을 건너야하기에 간조시간에만 갈 수 있으며 작은 모세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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