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식일에 기적을?

홍성철 박사 (세계복음화연구소장)
홍성철 박사 (세계복음화연구소장)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사복음서의 저자들은 많은 기적 가운데서 35가지만을 구체적으로 포함했는데, 그것들이 모든 기적을 대표한다고 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도 요한은 한발 더 나아가서 35가지 중 7가지 기적만을 그의 복음서에 기록했다. 그의 안목에는 그 7가지 기적이 35가지를 포함한 모든 기적을 대표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복음서의 저자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베푸신 기적도 7가지를 기록했다. 이 사실이 놀라운 이유는 안식일에는 기적을 포함한 어떤 행위도 금하는 것이 율법이요 유대인들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행하신 기적들을 열거해보자. (1) 베드로의 장모가 앓던 열병을 고침(막 1:29-31). (2) 한쪽 마른 손을 고침(막 3:1-6). (3) 태어나면서부터 맹인 된 사람의 눈을 뜨게함(요 9:1-16). (4) 18년이나 꼬부라진 여인을 고침(눅 13:10-17). (5) 수종병 든 사람을 고침(눅 14:1-6). (6) 더러운 귀신을 쫓아냄(막 1:21-28). (7) 38년 된 중환자를 고침(요 5:1-18).

예수님이 안식일에 행하신 기적들을 유대인들은 환영했는가? 물론 아니다! 그들은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했다고 비난했다(눅 13:14). 바리새인들은 즉각적으로 그분을 죽이려는 모의를 시작했다(막 3:6). 바리새인뿐 아니라 유대인들도 안식일에 병을 고쳤다고 그분을 죽이려고 작정했다(요 5:18). 

왜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적의와 살의를 뻔히 알면서도 안식일에 기적을 7번이나 행하셨는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데, 첫째는 그 병자들의 필요를 간과하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눅 14:5). 둘째 이유는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마 12:8, 막 2:28, 눅 6:5). ‘안식일의 주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본래 안식일은 하나님이 엿새 동안 천지창조를 마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면서 시작되었다(창 2:2). ‘일곱’은 히브리어로 세바인데, 이 단어에 쉰이라는 철자가 들어있다. 그 철자 좌편 위에 점을 붙이면 신이라고 읽고, 우편 위에 붙이면 쉰이라고 읽는다. 세바는 일곱이고 쉐바는 ‘만족하다’인데, 같은 어원에서 두 가지 뜻이 나왔다는 말이다. ‘일곱째’ 날에 천지창조가 완성되었고 그리고 만족스러웠기에 ‘일곱’이란 숫자는 ‘완전’과 ‘만족’을 상징한다. 

일곱째 날인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회당을 찾은 ‘손 마른 사람’과 ‘꼬부라진 여인’과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은 완전하지도 못했고, 더군다나 만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율법의 안식이 아니라 경험의 안식이었다. 누가 그런 안식을 줄 수 있겠는가? 마침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등장하셨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병든 육체를 고쳐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결과 영적으로도 만족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분은 일곱째 날인 안식일에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안식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을 만나주셨고, 그리고 고쳐주셨다. 일곱 번이나 말이다. 

예수님은 완전을 뜻하는 ‘일곱’째 날에 완전을 뜻하는 ‘일곱’ 번을 고쳐주셨다. 그분은 완전하신 안식일의 주인이시다! 그런데 안식일의 주인은 동시에 메시야라는 것이다. 메시야가 아니라면 이사야의 예언대로 그렇게 병자들을 고치지 못하셨을 것이다(사 35:4-6). 그 메시야는 지금도 몸과 마음에 안식을 모르는 ‘병자들’을 고치시고 만족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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