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원 깊은 기본’으로 승부수

김경한 목사 (인천서지방 · 제자들교회)
김경한 목사 (인천서지방 · 제자들교회)

월클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의 삶이 화제다.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개척 후 숨 가쁘게 달려온 7년이다. 하나님의 경이로움 속에 부끄러움 가득한 목회지만, 결국엔 주님께서 이끌어 주셨다. 주님과 함께한 멍에이기에 무겁지만 가벼웠다. 새해를 준비하며 다시 집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위기 앞에서 ‘한 차원 깊은 기본(Deeper Basic. D·B)’을 그려본다.  

 

 

한 영혼을 목숨같이  

2021년 12월부터 약 3달간 본당과 교육관 확장공사가 진행되었다. 모여드는 영혼들을 보며, 2022년 예비하신 영혼들이 많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팬데믹 속에 부담감이 컸지만 한 마음이 되어 진행된 공사는 새로운 부흥을 경험하는 초석이 되었다. 그러나 반가운 새가족의 등장에도 마음 한편에는 장기결석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예배에 헌신하는 모범적인 가족들이 있지만, 약한 고리에서부터 시작된 가족들의 이탈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중심부의 익숙한 교인들만을 살필 것이 아니라, 평소 시야에 잡히지 않는 교인들을 위한 사역에 더욱 힘쓰려 한다. 

교회의 영구목회 지침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이다. 한 영혼을 목숨같이 소중히 여길 수 있다면 어떤 위기도 돌파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이다. 탈교회 시대 목회의 핵심으로 떠오른 주제는 단연 ‘교회론’이다. 시대가 급변할지라도 복음이 흘러가는 유통체계와 인격적인 만남의 현장이 교회를 통해 주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선교적 교회론의 부족함을 채우는 ‘목양적 교회론’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성도를 양육하고 돌보고 치유’할 것을 강조한다. 한 영혼을 향한 모성적 넓이와 감성을 지닌 교회로 준비된다면 반드시 세상을 돌보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교회의 표어는 ‘원수의 도시를 차지하라’ 이다. 교회가 위치한 서구 당하동 뿐 아니라 검단과 인천 전 지역을 중심으로 원수에게 빼앗긴 영역을 힘써 되찾길 소망한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4개의 전문 전도팀과 약 20개의 주중 훈련팀(전 세대 대상, discipling system), 도피성 작전(필요 중심적 심방)에 더욱 매진하려 한다. 아울러 후원중인 8곳의 해외선교지와 5곳의 국내 단체, 1곳의 보육원을 향한 중보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역동적인 현장예배와 소그룹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최근 ‘한국교회 목회자의 2023년 목회 중점방향’의 핵심을 ‘현장예배와 소그룹’으로 꼽았다. 툼 레이너는 『코로나 이후 목회』에서 코로나가 교회 안의 불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제거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동시에 붙들어야 할 핵심 사역으로 ‘제자화’를 언급했다. 이 제자화를 이루는 핵심 사역이 바로 ‘현장예배와 소그룹’이라 생각한다. 

제자들교회는 역동적인 현장예배를 위해 더욱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한 중보기도팀과 유기적인 새가족반 운영, 1~2부 찬양팀과 영상과 악기 시스템의 보강을 최우선 사역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교제에 집중하는 ‘주일 & 주중 소그룹’, 제자화 시스템에 집중하는 ‘양육 & 훈련 소그룹’의 활성화에 매진하려 한다. 탈기독교의 심화원인으로 교회가 ‘현실의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는 안타깝지만 교회를 벗어나 홀로 신앙생활을 하며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크리스천을 의미한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향한 다채로운 몸부림이 ‘역동적인 예배와 소그룹 활성화’에 담겨 흘러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종교의 4가지 요소(이성, 감성, 도덕, 신비)중 대체로 쇠퇴하는 교회는 ‘이성과 도덕적’ 요소만을 강조한다고 한다. ‘감성과 신비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예배와 소그룹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성령의 강한 임재를 갈망해 본다.

 

소통, 최고의 환대   

이순신 장군은 소통에 능한 인물이었다. 부하들에게 언제나 입이 아닌 귀를 내주어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고 머리를 맞대었다. 또한 깊이 토론하며 차분히 전쟁을 대비했다고 한다. 이처럼 위대한 소통이 이루어진 장소가 바로 ‘운주당’이다. 운주당은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를 연상케 한다. 회의 분위기는 자유롭고 수평적이다. 경청과 치열한 토론으로 뒤엉킨 말들은 단호한 결정으로 태어난다. 환대는 복음전도의 핵심 키워드일 뿐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대안으로 떠오른 중요한 주제다. 그 환대의 시작이 ‘소통’이라 생각한다. 

제자들교회는 뉴노멀의 운주당을 꿈꾼다. 위대한 승리를 위한 기본으로 더 깊은 소통을 추구할 계획이다. 많은 곳에서 다음세대의 소중함을 외친다. 필요성을 절감하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에도 다음세대 사역의 핵심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게 된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는 200여 명의 성도 중 다음세대인 유치부~중고등부 인원은 80명에 달한다. 대다수 현장에 나와 은혜를 누리고 있지만, 협소한 장소보다 더 큰 문제는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쫓아가면 도망가는 전형적인 MZ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고민하며 교육관의 다양한 장소들(각 부서실과 대형 트램폴린 등)이 예배를 위한 공간일 뿐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주중에는 지역 아이들의 놀이터로, 상담센터로, 공부방으로 시시각각 바뀔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듯하다. 

2023년 특별히 준비하는 사역은 얼마 전 정부에서도 발표한 ‘고립청년(심각한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과 보육원 퇴소 청년 등)’에 대한 노력이다. 보육원에서 일하는 전문인 성도 두 분을 통해, 하나님이 이 사역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계심을 느낀다. 현재, 한 영혼 한 영혼 보육원을 퇴소한 영혼들이 교회로 모이고 있다. 이제껏, 부모가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교회가 영적인 부모로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는 지역사회를 돕는 손길을 넘어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온 성도들과 함께 적극적인 소통을 다짐해 본다. 

최근 당회와 운영위원회의 깊은 배려로 2023년 2월을 안식월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어떻게 쉼을 가져야 할지 모르지만 한 달이 지났을 때, 예수님의 마음으로 더욱 깊이 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88세의 존 스토트가 그의 책 「제자도」에서 말한 것처럼, 여론의 세찬 돌풍에 굴복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계곡의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부디 제자들교회의 몸부림이 한국교회의 작은 불씨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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