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풍 방랑객이 입동 관문에 들어오자 온 누리에 하얀 무서리가 내렸습니다. 찬 서리를 쐬고 곱게 물든 노란 단풍잎이 낙엽으로 떨어지어 흙으로 돌아가려고 뒤척거립니다.

낙엽은 추운 겨울을 알리는 전조이지만, 한편 따듯한 새봄에 필 꽃망울을 잉태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남천선교여행 팀은 사시장철 푸른 숲으로 덮인 열대의 나라로 선교여행을 했습니다. 필리핀 파이나 섬에 설립한 생명나무학교 준공 봉헌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온 세상이 코로나19 전염병(팬데믹)으로 환난을 겪으면서 국경선마다 하늘길을 막았습니다. 이제는 풍토병(엔데믹)으로 전환되어 닫혔던 국경선에 빗장을 풀었습니다. 아직도 출입국 조건이 엄하여 여행이 두려웠으나, 정해진 규정을 잘 지켜서 무난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장학금을 지원하여 교육받는 파이나 섬 기독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졸업을 하면 일반 중고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열악한 섬의 남루한 모습의 어린아이들을 보면 6.25 전후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의 가난한 모습처럼 가슴이 저밉니다. 이들의 천진난만한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면 별빛같이 반짝이는 눈빛은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울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로 하여금 우연히 만나게 한 인연이기에 연민의 정을 끊을 수 없습니다. 담임목사님을 비롯하여 온 성도들은 생명나무 학교를 설립하여 이들을 구원하고 복음으로 교육하기로 했습니다. 분명코 청소년들이 중고등학교를 나와 섬 지방은 물론, 필리핀의 유수한 기독교 인재로 배출될 것입니다. 

봉헌예배를 위하여 가파른 언덕길 105계단을 밟고 예배당에 올랐을 때, 우리 시야에 나타난 놀라운 광경에 가슴이 고동쳤습니다. 성도들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그들의 부모들까지 예배당을 가득 메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뜰 밖에 나와 기쁨으로 우리를 맞이하며,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봉헌예배의례를 전후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단아한 투피스 단장하고 일사불란하게 아름다운 율동과 감미로운 찬양을 불렀습니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그들의 표정에서 우리에게 따듯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을 느꼈고, 우리 역시 하나님께 감사로 영광을 올렸습니다. 목사님께서 기쁨으로 감격하며 말씀을 선포하시었고, 저도 대표로 축사하면서 울컥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행사 후에 성도들과 학부모들의 정성 어린 손길로 직접 준비한 점심식사는 마치 수라상에 좌정한 것 같아 우리에게는 분에 넘치는 대접이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헌신을 드린 것이 이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고, 우리에게는 큰 보람과 감사가 넘쳤습니다.

다음날에는 나룻배를 타고 초등 분교밖에 없는 외딴섬 두 곳을 탐방했습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식수도 귀하고, 화장실조차 원시적이라 문명과 문화와 거리가 먼 사각지대였습니다. 오로지 조상 때부터 대물려 물고기 잡아, 연명하는 가난한 섬사람들입니다. 

이들 자녀들이 한두 시간 배를 타고 나와서 생명나무학교에 다닐 모습을 상상하면 기쁨의 눈물이 저절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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