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동지방 장로회, 순교지 방문
두암교회 및 문준경기념관 순례
순교기념관에 500만 원 지원도

인천동지방 장로회원들이 문준경 전도사 기념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인천동지방 장로회원들이 문준경 전도사 기념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내 가족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용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로 못할 것 같아요. 아무 조건 없이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23일 전북 정읍의 두암교회(홍용휘 목사)에서 6.25전쟁 당시 순교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한 장로의 고백이다. 인천동지방 장로회(회장 이봉남 장로)가 지난 9월 23~24일 정읍 두암교회와 신안군 증도의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을 방문했다. 교단 순교자기념주일을 맞아 진행된 이틀 간의 순교지 방문은 참가자들에게 진짜 순교의 정신이 무엇인지,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했다.

두암교회 십자가 탑에서 기도 중인 장로들.
두암교회 십자가 탑에서 기도 중인 장로들.

진짜 사랑은 조건없는 용서

첫 번째 순교지 방문장소는 6.25전쟁 당시 23인이 순교한 두암교회이다. 참가자들은 두암교회 입구에 세워진 16개 돌에 새겨진 말씀을 묵상하는 것으로 순례길을 시작했다. “성결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사랑하며 사십니까?”, “인내하며 사십니까?”, “충성하며 사십니까” 등의 글귀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하나씩 글을 읽으며 교회 본당에 들어선 장로들은 두암교회 순교 영상을 시청하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전해들었다. 두암교회 70주년 기념사업회가 제작한 순교 영상은 당시의 상황을 드라마로 만들어 이해를 도왔다. 영상 시청 후에는 홍용휘 목사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말씀을 전했다.

홍 목사는 “다른 지역은 순교한 사람들의 가족들이 다시 공산군에게 복수를 하면서 피해가 더욱 컸지만 두암지역은 순교자의 가족들이 가해자들을 용서하면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을 들은 인천동지방 장로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으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성찬식에 참여 중인 장로들.
성찬식에 참여 중인 장로들.

이어 23인의 순교자가 묻혀있는 묘지를 참배하고 십자가 밑에서 결단의 기도를 드린 후 성찬식이 진행되었다. 류승동 목사(인후동교회)를 비롯해 지방회 목회자들이 집례한 성찬식에서 장로들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성찬식 도중 끝내 눈물을 보이며 깊은 회개와 헌신을 약속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복음의 종을 타종한 후 최근 건축된 순교기념관을 돌아보는 것으로 두암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참가자들은 두암교회 방문에서 진짜 사랑과 헌신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권석문 장로(부평성산교회)는 “국내외 순교지를 많이 방문했지만 순교지에서의 성찬식은 처음이었다”며 “나도 두암교회 신자들처럼 가족들을 죽인 원수들을 조건없이 포용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성찬식을 통해 이것이 진정한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남근 장로(태광교회)도 “성찬식이 가장 마음에 남고 평생 기억할 것 같다”며 “평소에도 자주 성찬식에 참여하지만 이번처럼 의미있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전도자의 길을 걷게 하소서

문준경 기도바위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문준경 기도바위에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두 번째 방문지인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에서는 복음 전도자의 삶을 살겠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문준경 전도사의 사역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남은 일생을 전도자로 살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곳에서의 백미는 문준경 전도사가 매일 올라 기도했던 기도바위에서의 기도회였다. 둘째 날 새벽에 산에 오른 장로들은 문준경 전도사 기도바위에서 나라와 민족, 교단과 교회, 순교기념관을 위해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특별히 문준경 전도사가 매일 기도했다는 기도바위는 참가자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도바위에 올라 기도한 이영애 장로(김포교회)는 “목회하는 아들과 사위가 떠올랐고 그들이 문준경 전도사님처럼 신실한 전도자가 되길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으며 신안군 지도가 고향인 김인철 장로(부개제일교회)는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감회가 새로운데 문 전도사님이 기도하던 곳에서 간절히 기도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또 장로들은 문준경 전도사가 잠들어 있는 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가을 바람이 매서웠지만 고난과 협박에도 신앙을 지키다가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를 기억하며 헌신을 다짐했다. 기도 후 문준경 전도사의 추모기념비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장로들은 “오늘 우리가 신앙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순교자들의 헌신 때문임을 꼭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어른들이 되자”고 약속했다.

증도에서 단체사진.
증도에서 단체사진.

이렇게 이틀 간 정읍과 증도 등을 방문하는 빡빡하고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오히려 힘을 얻고 간다”고 간증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도선호 장로 김명자 권사(김포교회)는 “오기 전까지 매우 분주하고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영적 힘을 얻게 되었고 모든 시간이 은혜였다”고 말했다. 허승진 장로(새빛교회)도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계속해서 묻고 답을 찾는 시간이었다”며 “신앙생활을 해온 기간보다 지금 내가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평생 잊지 못할 감격과 감동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막혀있던 영적인 답답함을 해결한 시간이었다”, “꼭 다시 방문해 이분들을 기억하겠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교단 순교지를 향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순교지 순례를 총괄한 이봉남 장로(부평제일교회)는 “코로나로 순교기념관의 방문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운영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먹먹했다”며 “교단의 대표적인 순교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장로는 “두암교회와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은 우리 교단의 자랑스러운 순교지이지만 타 교단에서 월등하게 많이 방문한다고 들었다”며 “교단에서 지정한 순교지는 교단의 교회들이 많이 방문해 순교지를 위해 더 많이 기도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인천동지방 장로회는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에 후원금 500만 원을 전달했다. 두암교회에도 소정의 격려금을 지원했다.

한편 지난 9월 23~24일 진행된 인천동지방 장로회 수양회는 장로부부 60여 명이 참석해 함께 은혜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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