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서울 변두리에 있었는데, 시야는 눈 닿는 곳 먼 끝까지 거대한 무덤 하나로 보였다. 한때는 백만을 넘는 사람들이 여기 살고 있었다지만 이제는 다만 몸서리치게 텅 비어버린 무덤의 고요만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었다. 현대 역사상에 어느 나라의 수도가 이처럼 뺏기고, 밀리고 빼앗고는 다시 밀리고 하며 현대포화의 거의 전부를 퍼부어댄 도시가 있었던가. 더럽도록 완전히 파괴된 거리다.”(제임스A. 미치너, ‘아시아의 소리’)

▨…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2년,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 중 대다수는 고인이 되었다. 한때는 민족 내부의 이념 갈등이 빚어낸 전쟁으로 평가돼 ‘동란’으로 불려졌었지만 실상은 세계의 여러나라가 양편으로 갈려서 싸운 세계전쟁이었다. 그에따라 전쟁의 양상은 치열할 수 밖에 없었고 사상자의 수는 세계 어느 전쟁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 마르셀(G.Marcel)이 “인간이 유한자라는 바로 그 사실 가운데 그의 본질적인 존엄성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부버(M.Buber)가 “인간실존의 기본적인 사실은 인간이 인간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라고 인간의 본질을 밝혀도, 하이데거(M.Heidegger)가, “독존의 가능성은 공존의 증거이다”라고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해도 전쟁은 그 모든 논리를 단숨에 삼켜버린다.

▨… 현재 세계의 여러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의 50만배 내지 1백만배의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핵폭발을 일으키는 플루토늄을 10분의 1그램만 흡입하여도 폐암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미래의 전쟁이 필연적으로 핵전쟁화할 것이라는 예측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 이제 인류의 역사에서 ‘정의로운 전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핵전쟁은 인류를 공존이 아니라 공멸로 이끌 것이라는 결론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제로부터의 전쟁은 어떤 미사여구를 치장해도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로 규정되어야 한다. 6·25 한국전쟁의 비극을 망각해서도 안되지만 통일의 환상 때문에 전쟁운운하는 망발도 용납되어선 안된다. 전쟁은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일 수 없다(R.H.베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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