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33년 만에 3개월의 안식월을 처음으로 얻게 되었다. 안식월을 허락해 주신 당회와 성도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재확산되는 코로나 상황인데 이때 안식월이라니 사치스러운 생각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여전히 은혜로 부흥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 등 발목을 붙잡는 요소들이 있었지만 쉼의 시간이 필요함이 몸으로 전달되었다.

특히 성대 결절로 인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힘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내온 목회가 내 힘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주께서 평안함을 주셨다.

한편으로는 3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놀아본 적도 많지 않고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것인지도 몰라 고민하던 중 터키와 이스라엘을 가기로 결정했다.

안식월을 연구월로 보낸다 하니 교회와 성도들이 더 많은 여비를 챙겨주었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고마울 뿐이다.

터키에서는 한 달 동안 소아시아교회와 바울의 선교 여정을 돌아보고 이스라엘로 가서 한 달 동안 예수님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나머지는 다음 세대 사역을 잘하는 교회를 탐방하기로 했다.

터키에 도착해서 소아시아 일곱 개 교회를 돌아보면서 감동도 있었지만 속이 상했다. 과거 베드로와 바울이 심혈을 기울여 복음을 전했던 영광스러은 땅이 지금은 99.8%가 이슬람교를 믿고 기독교인들은 핍박을 받는 땅이 된 것이 가슴 아팠다. 그 속상함을 품고 사도 요한이 유배되어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던 밧모섬으로 향했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많은 목회자들이 밧모섬은 가보고 싶지만 그리스 지역에 위치하다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배를 4시간 이상 타야해서 멀미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요한이 머문 동굴 하나 보려고 하루를 투자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꼭 한번 가고 싶었다.

터키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가 거기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밧모섬으로 들어갔다. 밧모섬에 도착하니 숙소도 너무 허름하고 초라해 보였다. 여장을 풀고 다음 날 밧모섬을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드디어 요한의 동굴 앞에 섰다. 그런데 왠지 하염없는 눈물이 흐른다. 96세의 노구의 몸으로 유배되어 낮에는 채석장에서 돌을 캐고 밤에는 기도하며 하늘의 계시를 받아냈던 그 자리에 내가 서서 요한이 바라본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이 되었다.

그 동굴 곁에서 요한계시록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울고 요한의 마음으로 교회와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하며 아내와 함께 울었다. 우린 조금만 피곤해도 기도를 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핑계대고 타협하지 아니했던가.

그런데 요한은 그 힘겨움을 돌파하고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그때 하늘이 열렸다 어려워도 기도를  포기하지 않으리라.

힘들어도 속이 상한 일이 있어도 엎드리는 시간을 가지리라 다짐해본다. 퉁퉁 부은 얼굴로 성도들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영상 편지를 보내면서도 요한의 마음이 여운으로 남아 또 울면서 소식을 전했다.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하다 박해로 인해 밧모섬까지 죄수의 몸으로 유배된 요한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고통의 순간에 하늘이 열리는 환상을 보고 오늘 우리에게 하늘의 신비를 전해준 고마운 요한이 아니던가. 
누가 밧모섬이 멀다 했던가.

누가 밧모섬 가는 게 돈이 많이 든다고 했던가. 누가 뱃멀미가 걱정된다고 했던가.  밧모섬은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밧모섬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이런 행복을 경험하게 해준 교회와 성도들이 한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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