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국민이 홍역을 치루고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 와중에 교회들의 어려움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설상가상 유례없는 수해로 교회들이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가 대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새벽 1시경부터 충남 부여, 청양 일대에 시간당 115ml의 큰비로 인해 은산지역 하천이 범람해 마을 주택 및 상가와 농경지가 상당수 침수되었다.

은산 면내에 7개 교회 소속 성도 98가정은 특히 주택 및 상가가 침수되고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다.

많은 분들이 전화상으로 또 일부러 찾아오셔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 감사해마지않는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재난에 따른 조치에 아쉬움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많은 사람이 연락해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은 “교회는 괜찮냐”는 것이었다. “교회는 침수되지 않았다”고 하면 한결같이 “다행”(?)이라고 하면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물론 교회가 어려움을 겪었을까봐 걱정하는 것은 감사하다. 하지만 교회를 단지 건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

이번에 부여지역에서도 교회당은 거의 침수되지 않았지만 성도들의 생활 터전은 말할 수 없이 큰 피해를 보았다. 수습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하는 성도들을 바라보는 담임목사들의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다.

성도들이 곧 교회가 아닌가?
충남지방회 서기가 수해 피해 상황을 총회본부에 보고했더니 사무국 실무자가 교회의 피해만 해당하고 개인 가정은 해당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지역에 비가 많이 와서 수해가 생기면 당연히 교회뿐 아니라 성도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데, 총회의 보고는 ‘교회’만 해당한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교회당 건물만 교회가 아니다. ‘성도’가 곧 ‘교회’다. 

이번 기회에 교단의 재난 대책 매뉴얼을 한 번쯤 점검해보았으면 좋겠다. 교회 성도들의 피해는 그대로 교회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농촌의 경우 도시와 달리 매월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성도들이 몇 달을 고생고생해서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한 수익금만 바라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성도들은 진짜 피땀 흘려 농사지어 마련한 헌금으로 하나님 앞에 감사드린다.

그래서 이번 수해 같이 수확할 시기를 앞두고 수해를 입는 경우 지교회의 재정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총회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예산 수립 계획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예상치 못한 재난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계획도 필요하다.

이번 수해로 소속교회의 성도들의 피해가 큰 경우는 총회비 감면 등 가능한 지원책을 고려해 보면 좋겠다.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여에 집중호우가 내렸던 날, 밤이 새자마자 새벽부터 도지사, 군수, 지역국회의원, 군위원, 도위원 거의 전체가 수해 현장으로 달려와서 주민들을 위로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복구하는 일을 돕는 것을 보았다. 이틀 후에는 행안부 장관이 찾아와서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하고 갔다.

총회임원들이 사역과 많은 업무에 바쁜 줄 알지만 이렇게 재난의 현장은 먼저 찾아와서 기도해 주고 격려해주면 목사도, 성도들도 큰 힘과 격려가 되고 지역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울러 성도들의 피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수많은 성도들의 피해 복구를 위해 총회에서 지원금을 달라고 읍소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일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총회에서 정말 피해가 커서 지원이 필요한 성도들의 현황도 파악해서 신문에도 보도하고, 그 소식을 듣고 도움 주려는 분들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피해를 보고 망연자실해 있는 부여·은산지역 교회 성도들은 지금 교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물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총회는 지교회에 세금만 걷어가는 곳이냐는 불미스러운 말이 회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이런 긴박한 재난은 항시 일어날 수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재난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부여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성결가족들이 이번 수해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하나님의 긍휼하신 은총으로 속히 복구와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고 무엇보다 마음과 영혼의 상처들이 온전히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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