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행복할 자유와 지혜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요. 정오까지 업무를 봅니다. 직업을 떠올리면 필경 목회자로 보일 텐데요. 오후에는 운동, 음악 감상,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저녁에는 가끔 술을 마시며 오후 10시에 잠을 청합니다.

수십 년째 기계처럼 꾸준한 일상을 반복하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성공한 CEO를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요. 지난 1천 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예술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감이 올 때 몰입하는 사람으로 이해하기 쉬운데요. 하루키는 자신을 “천재가 아니라서 재능보다 규칙과 단련을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판에 박힌 그의 삶에 과연 자유가 있는 걸까요?

지금은 소천하셨지만 존경받는 목회자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분이었는데요. 청빈, 인격, 설교와 인간관계에서 목회자의 표본이셨죠. 그런데 노년에 곁을 지킨 분이 민망할 정도로 무언가에 빠지셨답니다. 그동안 억눌렀던 본능이 그런 식으로 드러난 것이라 해석이 됩니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심리학 교수 수전 데이비드 박사가 성인 7만 명을 조사했습니다. 대상자 중 3분의 1은 슬픔이나 비애와 같은 감정을 느끼면 자책감이 든답니다. “항상 기뻐하라”라는 말씀을 알기에 기독교인의 슬픔과 비애는 자책감이 더 깊을 텐데요.

그는 『감정이라는 무기』에서 모든 감정은 분명 이유와 쓸모가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감정이 생길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억압하면 쌓였다가 언젠가 폭발한다고 했습니다.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감정보류는 병이 됩니다.

“거북한 감정을 억지로 지워버리거나 긍정적인 확신이나 합리화로 덮어버리려는 시도를 중단하면 감정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제시한다. 내면의 감정과 외면의 선택권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면서 동시에 정면으로 바라볼 때 인생은 의미 있고 살 만하며 즐거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 폭넓은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리더가 행복할 욕구를 포기한다면 칭찬받아야 할까요? 존경받는 삶, 십자가의 길을 위한 희생이 자발적인 선택이라면 박수받아 마땅할 텐데요. 교회의 무언의 압력과 시스템에 의해 강요받았다면 테이블에 올려야 할 테제(thesis)입니다.

행복의 욕구를 무조건 억누르고 청빈, 금욕으로 무장한 리더를 가진 공동체가 과연 건강할까요?

행복감과 열등감이 이유와 쓸모가 있는 감정이란 말에 동의하나요? 동의한다면 열등감은 하나님이 임재하실 마음의 공간, 행복감은 천국에서 누릴 기쁨의 예고편으로 읽습니다.

두 감정을 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볼 수는 없지만 관점과 이해도에 따라 결과는 둘 다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리더의 행복을 논하며 바울의 지혜를 빌립니다. 공동체가 아직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면 말하지 않고 누립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 게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면 부드럽게 넘깁니다.

믿음이 연약한 사람이 시험에 든다면 당장 버립니다. 리더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자유의 몸이지만 모두의 종입니다. 모든 것을 누릴 자유가 있지만 모든 것을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동체를 위해 살 수 있지만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을 안은 겁니다.

누리지 못한 것은 그늘로 남습니다. 누릴 것을 누릴 용기와 자유는 리더를 더 아름답게 합니다. 어차피 누릴 수 없는 행복과 자유라면 또한 불편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의 종이기를 기뻐한다면 그분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족합니다. 

충분히 만족하는 유예의 시간을 훈련하고 쇼핑을 갔습니다. 제 것만 사러 갔죠. 쇼핑몰에 도착했는데 식구의 눈이 한 물건에 한참 고정됐어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사 주고 돌아서는데 약간 허했지요. 예전 같으면 제 행복은 유예한 채로 그냥 돌아왔을 텐데요.

행복한 리더가 건강하기에 되돌아서서 구입했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안 되지만 그래도 되는 것까지 하지 않았을 때 자기 의나 섭섭 마귀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날 산 게 뭔지 궁금하시죠. 말씀드리면 웃으실 텐데요. 누군가에겐 별것일 수도, 별것 아닐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나 『노르웨이의 숲』을 쓸 때 지불한 대가와 쓴맛을 느끼고 싶습니다. 그리고 출간했을 때의 기쁨과 자유를 제 몸에 채우고 싶습니다. 주님도 때로는 우셨습니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의 상을 뒤집으셨습니다. 하나님도 분노하고 인내하셨습니다.

모든 감정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겁니다. 슬픔, 갈망, 그리움, 행복감을 충분히 느끼고 표출하는 것은 자신과 공동체에도 이롭습니다. 리더의 행복할 자유에 지혜가 담기면 리더와 공동체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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