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화 속 성결의 회복
성결의 본질은 전인적이며, 그런 점에서 촉각적이다. 성결은 인간 상호의 터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터치’다. 현대 사회는 세속화 사회이며, 계몽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공교육은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적 측면에서 보자면, 매클루언의 진단처럼 현대 사회는 문자-인쇄 시대의 탈부족화를 지나 재부족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현대 전기 미디어 기기들은 이전 시대 시각 중심형 인간을 다시 구어 시대의 복합감각형 인간으로 바꾸어 놓았고, 무엇보다 촉각이 강조되는 환경을 구축하였다.
현대 스마트 기기들은 대부분 터치를 수용한다. 손으로 압박하여 다양한 명령을 시행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구조이니 대단히 촉각적이다.
환경이 이러하니 인간도 바뀔 수밖에 없다. 현대인은 복합감각형 인간으로 무엇보다 촉각적 자극에 예민하고, 그렇게 교육받고 또 길들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회와 세상의 불편한 만남이 비롯된다. 동시대 사회와 인류는 촉각형, 혹은 촉각 지향적으로 바뀌었는데도 교회는 여전히 종교개혁 시대 이후 고정된 단일감각형 자극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할 때이다.
중앙집중식 구조의 예배당에 딱딱하고 기다란 장의자에 앉아 설교자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한 시간 이상 듣고 있는 구조는 촉각 지향적 인간에게는 감내하기 어려운 행사일 수 있다.
신앙, 특히 성결의 본질은 전인적이며, 그런 점에서 촉각적이다. 논리-이성적 작업의 결과만이 성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성결 역시 터치이며 촉각 지향적 특징을 지닌다. 다만, 달라진 것은 성결은 인간 상호의 터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터치’라는 점이다.
그런데 현 교회의 신앙교육과 행사는 그러한 신앙적 터치보다는 암기에 기반한 주입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교회도 이젠 촉각 지향적 신앙 교육과 그와 관련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달라진 동시대인에게 제대로 된 신앙 자극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례적 예배의 강화는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목회자와 평신도가 협력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몸과 영이 함께 반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배 외 신앙교육에도 전인적 자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서 신앙적 촉각을 자극하고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인과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을 위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때에 따라, 예배공간의 구조도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방적이고 중앙집권식이고 참여자의 수동적 자세만을 강요하는 고체화된 교회에서 필요에 따라 공간의 배치가 자유로운 ‘액체 교회’(Liquid Church)를 지향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예배실 설치물 대부분이 고정되어 있고 이동이 불편하기에 현 한국 개신교회의 공간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예배공간의 설치물을 고정형이 아니라 이동형으로 한다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시설 중 적당한 규모의 마룻바닥 실이나 확 트인 개방형 공간도 필요할 것이다.
교인들이 함께 몸을 쓰며 하나님의 터치를 체험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 확보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앙의 언어도 동시대인이 이해하도록 ‘번역’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대인이 즉각 반응하는 언어가 되도록 우리 신앙의 언어도 늘 번역되어야 한다. 성서도 예외가 아니다.
쉼 없이 동시대인과 호흡하며 성서에 가득한 성령 체험의 언어가 동시대인에게 통역 없이 이해될 수 있도록 늘 새롭게 번역되고, 그에 따른 주석 작업 역시 쉼 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교회는 다시 성결 체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