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에서 좋은 교회로

마흔 다섯, 부름을 받고 서울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였고, 이해해 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신학을 공부하는 3년은 참 행복했다.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고, 졸업 후 사역의 길을 정해야 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교회 개척’에 대한 감동을 주셨다. 두려움보다 확신이 컸다. 열 분의 성도와 4층 예배당을 임대하고 2019년 3월 설립예배를 드렸다. 3년이 지난 오늘 60분의 성도와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로 성장했다. 

작은 교회를 시작하면서 ‘작은 교회도 좋은 교회가 될 수 있을까?’, ‘작은 교회가 좋은 교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다. 

나와 아내가 제일 먼저 하기로 한 것은 ‘항상 웃고 기뻐하자!’ 다. 개척교회의 상황이 좋을 리 없고, 재정을 비롯한 수많은 걱정거리가 없을 수 없지만 하나님이 주신 평안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성도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생각했다. 목회자가 웃으니 성도들이 함께 웃기 시작했다. 웃음이 넘치니 성도들이 교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더 많은 교제와 양육으로 이어졌다.

좋은 교회는 믿음의 증거가 넘치는 교회다. 나는 성도들에게 믿음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교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개척 2년이 되자 교회 이전의 소망이 생겼다. 성도가 30분이 되었고, 엘리베이터가 절실히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재정적으로 무리한 일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기도 중에 지금이 바로 믿음의 증거를 볼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 기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성결신문에서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은 교회 중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교회들을 선별해서 확장 이전이나 예배당 리모델링을 지원해주는 사업 광고를 봤다.

모든 예배시간에 온 성도가 교회확장 이전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1차 서류심사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현장실사를 거쳐서 우리 교회가 ‘재활성화사업 확장 이전’ 부분에 선정이 되었다.

지원금 4천만 원, 지방회 1천만 원, 모교회 장로님의 환갑기념 헌금 1천만 원으로 교회에 필요한 재정이 채워졌다. 놀라운 주님의 은혜였다. 재활성화 사업은 교회 전체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기도하니 정말 되네!’ ‘일을 시작할 때 기도부터 해야 하는구나!’ ‘믿음으로 걷는 것이 이런 거구나!’ 성도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새벽기도의 자리가 채워지고, 교회가 뜨거워졌다. 새로 이전한 예배당은 처음보다 3배 큰 60평 규모로 전철역 가깝고, 큰 공영 주차장까지 있는 축복된 곳이었다. 2021년 4월18일에 온 성도가 정말 기쁜 이전감사예배를 드렸다.

좋은 교회는 좋은 성도들이 있는 교회다. 어느 날 교회 설립부터 함께 한 두 분 성도님께 어려움이 닥쳤다. 한 분은 갑작스럽게 암진단을 받았고, 한 분은 암이 전이되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 것이다.

온 교회가 매일 새벽마다 뜨겁게 기도했다. 중보 기도의 힘은 놀라웠다. ‘암 진단’을 받은 성도는 수술과 항암 치료로 암을 잘 이겨냈고, 뼈로 암이 전이된 다른 성도는 원래 암이 있었던 부위도 전이된 부위도 모두 암이 사라진 것이다.

이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 있다. 두 분이 한 번도 교회에서 얼굴을 찡그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언제나 큰소리로 웃으셨다. 두 분은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사는 사람은 이렇게 사는 거야!’를 멋지게 보여주셨다. 

좋은 교회는 재정이 투명한 교회다. 젊은 집사님께 재정을 부탁했고, 설립 때부터 교회 법인통장을 따로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애썼다.

교회 밖으로 재정을 흘려보냈다. 노숙자 쉼터, 탈북자와 해외 어린이, 필리핀과 이집트 선교, 지역사회의 어려운 가정을 후원하고, 독거노인을 후원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더 흘려보낼수록 더 많이 채워졌다.

올해 2022년 첫 번째 주일예배는 중국 선교사 파송예배로 드렸다. ‘할렐루야!’

온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는 당연히 우리 교회에도 타격을 주었다. 전도는 고사하고 예배도 드리기 어려운 상황까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정체기에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은 목자재단과 함께 하는 234부흥운동 이었다.

매일 2시간 기도, 3시간 성경을 읽고 말씀을 준비하며, 4시간 전도, 심방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다시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234부흥운동을 한 이후로 매달 새가족의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고 멈췄던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 또한 외부전도가 힘든 코로나 시간 동안에 가족전도에 집중하여 믿지 않는 가족들이 최근 하나 둘씩 교회에 나오고 있다. 

요즘시대에 교회 개척은 광야의 길이다. 그런데 광야로 나오니 소명이 더 분명해졌다. 이곳은 주님이 먹이시고 입히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척교회를 섬기면서 소명이 있는 길, 내 길이 나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목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운데 토막을 하나님께 드리고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

목회자가 소명을 확인하고 허락하신 그 길을 걸으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기쁨을 온전히 붙들 수 있다면 작은 교회는 모두 다 좋은 교회가 될 것이다. 작은 교회가 좋은 교회이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개척교회가 작은 교회가 아닌 좋은 교회가 되어 주신 사명을 아름답게 감당하기를 마음을 다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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