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의 제노아 성당에는 시바의 여왕이 솔로몬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 에메랄드로 만든 단지가 보존되어 있다. 솔로몬은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보물, 사람이 죽어갈 때 마시면 얼마동안은 생명을 연장하게 해준다는 영약을 이 단지에 보관하고 애지중지했다. 가까운 부하가 이 약을 나누어 주기를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솔로몬은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 세월이 흘러 솔로몬이 병들어 눕게 되었다. 감추어 두었던 단지를 가져다가 처음으로 봉인을 뜯었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왕의 간절한 마음을 조롱하듯 단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영약은 단지 안에서 완전히 말라붙어버렸던 것이다.(참고·정장복,『말씀의 징검다리』) 전설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나친 욕심은 지혜의 왕이라는 솔로몬까지도 바보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 무슨 바람이 부는 것일까. 올해에는 목사 부총회장 후보로 세 분이 등록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교단의 발전을 위해서 져야 할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우리 성결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분들이다. 그러므로 부총회장을 거쳐서 총회장을 하실 만한 자격은 우리 교단의 역사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세 분이 걸어온 목회자에의 길은 우리 성결인 목회자들의 귀감임을 세 분이 서로 인증해주고 있다고 믿고 싶다.

▨… 그러나 그간의 선거에서 투표의 비기독교적인 생리는 하나님의 종들이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음을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때로는 아픔 때문에 신음을 삼키며 지켜보아야만 했었다. 이 사실을 뉘라서 부인할 수 있는가. 암암리에 금전과 선물이 오갔던 지난날의 부끄러움도 부끄러움이지만 총무 선거의 난맥상과 그 결과가 빚은 상처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는 비성결교회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에메랄드 단지 안의 보관품이 아무리 값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욕심이 덧칠해지면 쓸모없어진다는 것을 그 똑똑한 솔로몬조차 알지 못했다. 하기는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신앙의 표상으로 인정하는 아우구스티누스 또한 “나에게 순결을 주소서, 절제를 주소서”라고 기도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마소서”(『고백록』)라고 욕망의 꼬리를 달았었다. 제116년차 총회의 부총회장 후보들과 대의원들은 “아직은 마소서”라는 기도는 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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