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시설 턱없이 부족
코로나로 고립감 심해
하루종일 집안만 맴돌아
교회가 평생 배움터 교육센터 제공해야

4월 24일은 교단이 정한 장애인 주일이다.  우리 교단은 매년 부활주일 다음 주일을 장애인 주일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주일을 지키는 교회는 많지 않다. 장애인 주일에 대한 교회 내 관심과 배려 또한 낮은 것이 현실이다. 휠체어를 타고 교회에 출석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한 두개의 계단은 너무 높은 벽이고, 청각장애인에게 수어가 없는 설교는 들을 수 없는 설교나 마찬가지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교회 내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배부서가 있는 곳도 많지 않다. 가장 낮은 자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 할 교회 조차 발달장애인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발달장애인 80%, 도움없이 생활 불가능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수는 약 25만 명에 이르며 매년 약 4%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80%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을 돌보고 사회적응을 돕는 시설이 발달장애인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가정에서의 돌봄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방치되기 쉽다.

그나마 청소년 시기까지는 학교에 다니면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성인이 되면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장애인평생학습센터, 주간 보호센터처럼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로 가면 좋지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발달장애인은 11만명이며 이중 중증 발달장애인은 5만 6,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장애인주간보호센터는 148개에 불과하고 수용 인원은 3,310명에 그치고 있다.  

일부 센터에는 정원의 두 배에 달하는 장애인들이 입소 대기자로 등록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들에게 24시간 돌봄 대상이 되는 발달장애인들은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로 정서 불안‧고립감 심각

특히 코로나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평소에도 갈 곳이 없는 발달장애인과 가정들은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대면 방식 위주인 돌봄이나 교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이후 그나마 다니던 복지관이나 주간 보호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그야말로 집안에 갇혀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전 실시된 부산지역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시대 장애인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31점에 불과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낮은 만족도가 나온 것이다. 돌봄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중 11.7%는 코로나19 이후 돌봄서비스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오랫동안 격리된 상태에서 정서적 불안감과 고립감도 심화시켰고 공격적 행동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와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들의 돌봄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양육비에 대한 부담도 급증했다.

발달장애인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가정에서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주간보호센터 등 교회 역할 요구돼

이렇게 복지시설 운영이 정부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민간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역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회는 충분한 공간과 인력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장애인을 위한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3월 은평교회(유승대 목사)가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개관한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은평교회는 30년 전부터 주일에 발달장애인들을 돌보고 섬기는 사역을 해왔는데, 주중에도 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 교회당 1층에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개소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양한 교육과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돌봄이 부족한 코로나 시대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에게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은평교회는 2019년에도 서대문구에 성인 발달쟁애인 평생교육센터인 ‘늘 배움터’를 개관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주일에는 발달장애인부서인 베데스다 부에서 예배 중심의 사역과 신앙교육을 하고 있고, 토요일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토요문화교실을 열어 탁구 미술 요리 공예 등을 가르쳤다.

사실,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역을 앞장섰다.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도 기독교가 효시이다. 지금도 교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데가 많다. 대표적인 특수학교가 밀알학교이다.

서울의 장애유아학교도 3곳이 있는데, 신대방동 광성성결교회의 누리학교, 풍납동 광성교회의 하늘빛학교, 사직동 수도사랑침례교회의 수도사랑학교 등이 모두 교회 경내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원천침례교회가 발달장애 학교와 치료센터, 주간보호센터가 함께 들어선 복합 성전 아이엠센터(I AM CENTER)을 건축했다. 이 학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도록 했다.

교회 내 장애시설 확충도 필요

이렇게 교회에서 장애인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애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사단법인 평생돌봄(이사장 김해용 목사)이 발간한 ‘장애인교회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로는 엘리베이터, 장애인 화장실, 경사로, 손잡이 등이 꼭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장애인부를 담당할 목회자와 전담 교사, 전문 공과 사용 등 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원도 함께 요구된다. 결국 장애인들의 예배 참석을 위해서는 담임목사의 목회 신념과 교회 차원의 지원 등이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담당 교역자들에게 ‘장애인부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사역의 교회적인 관심과 참여’를 선택했다.

이어 ‘부서 지도자의 사역철학’, ‘교사의 영적성장과 훈련’이었다. 결국 교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될 때 사역이 시작되고 부서를 운영하는 일은 담당 교역자와 교사들의 몫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장애인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재정과 봉사자들이 필요하다.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고 꾸준히 교사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다른 교육부서에 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열매가 없어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을 향한 교회의 관심과 지원은 꼭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병든 자와 고통받고 소외된 자의 친구가 되어주었듯이 지금 한국교회는 장애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때이다.

교회의 규모에 상관없이 우리의 영적 가족인 그들이 마음껏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작은 관심과 섬세한 도움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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