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9일 현재 우크라이나의 남쪽 마리우폴에는 러시아군이 도시의 대부분을 장악하였음에도 결사항전을 외치는 우크라이나 해병대와 민병대 등 약 3,000명의 병사가 제철소를 요새삼아 결사항전을 다지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90% 이상 장악하였음에도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장거리 폭격기까지 띄웠다. 야포나 미사일, 탱크 공격만으로도 마리우폴은 초토화되고 있는 정황인데 장거리 폭격기까지 가세하니 3,000여 명의 목숨은 바람 앞의 촛불이라 해야 할 것이다.

▨… 이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 언론의 보도는 ‘우크라이나군이 영웅적인 저항을 펼치고 있다’는 식의 표현에만 갇혀 있어 우크라이나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유발 하라리(『호모 데우스』)의 표현대로 ‘전쟁은 어디에서든 지옥’일 수 밖에 없는데 영웅적인 저항이 그 지옥을 깨뜨리거나 피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영웅적인 저항’은 힘없는 자의 자기위안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미국 군대의 이라크 침공도 힘없는 자는 눈물만 삼키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지 않았는가. 악랄한 독재에서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고, 그 독재자의 대량살상무기를 폐기시킨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한 가지를 간과했다. 전쟁은 어디에서나 지옥이고 그 지옥은 인간을 철저하게 비인간화한다는 것을…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는 그 사실을 보여준 산 증거였다.

▨… 심리학자 조던 B.피터슨(『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곱씹을수록 섬뜩해지는 인간 이해를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었다. “우리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서 속이고, 조작하고, 획책하고, 기만하고, 왜곡하고, 축소하고, 호도하고, 배신하고, 얼버무리고, 부정하고, 생략하고, 변명하고, 과장하고, 모호하게 뒤섞는 능력이 거의 무한에 가깝다.” 인간의 이런 특성이 결국은 전쟁이란 지옥을 빚어내게 하고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것 아닐까.

▨… 에릭 프롬이 말했다. “19세기의 문제는 ‘신이 죽었다’는 선언에 있었지만 20세기의 문제는 ‘인간이 죽었다’라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문제는? 프롬의 견해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인간을 비인간화의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한다면, -죽은 인간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가 인간의 부활을 선언할 책임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하자고 하면, 과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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