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예수, 럭셔리 리더

김지수 기자는 이어령 박사가 고인이 되기 전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묶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펴냈는데요. 박사께 질문을 냈습니다.

“선생님, 럭셔리한 삶이 뭘까요?”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값비싼 물건이 아니고요?” “(놀라며) 아니야. 똑같은 시간을 살아도 이야깃거리가 없는 사람은 산 게 아니야. 스토리텔링이 럭셔리한 인생을 만들어.”

책을 놓지 못하고 긴 호흡으로 읽어 가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숨을 멎게 하고 가슴에 꽂힙니다. 고 이어령 박사가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버텨낸 정신과 신앙도 감동이었는데요. 삶과 마인드가 주는 울림에 눈물을 쉼표 삼아 읽었습니다. 시대의 지성이 남긴 글은 여지없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배우게 합니다.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는『럭셔리 예수』에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럭셔리한 삶인가?” 질문에 답을 냈는데요. 예수의 섬김과 나눔을 말합니다. 주님의 사명 선언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에게 생명과 더 풍성한 생명을 주기 위해 대속 제물이 되셨습니다. 예수의 삶이 교리가 됐는데요. 삶과 죽음은 전 인류에게 존재와 가치에 대한 수많은 스토리텔링을 남겼습니다.

섬기는 교회는 대신교회 지교회로 세워졌는데요. 개척 후원금도 귀하지만 3년간 지원받은 생활비가 오늘이 있게 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받은 사랑이 커서인지 지난 25년간 함께한 사역자가 개척이나 담임으로 나갈 때 징검다리 하나의 역할은 해주었는데요. 사례가 늘어나니 제법 탄탄한 스토리가 만들어져 갑니다.

하지만 럭셔리한 교회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자랑하는 순간 감동이 사라지거든요.

스토리로 만들어 입 밖에 내려 하면 없어 보입니다. 스토리는 만드는 게 아니고 만들어집니다. 삶이 스토리가 되는 현장은 성육신의 자리입니다. 주는 자가 아닌 받는 자의 입을 통할 때 힘을 더합니다.

깨달은 게 있는데요. 섬기는 자의 삶만이 럭셔리한 게 아니라 받는 자도 럭셔리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동일한 섬김이 두 교회를 향했는데요. 한 교회는 마감 날 고마움을 담아 전화를 했고 한 교회는 아직 전화가 없습니다.

감사의 전화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건 그분의 몫이고 섬김은 오직 예수 이름이면 됩니다. 감사 전화를 받지 못해 섭섭한 게 아니라 감사할 줄 모르는 삶이 안타까워 보입니다.

섬김을 받은 자가 빚진 자의 마음으로 작은 섬김이라도 이어간다면 럭셔리한 삶으로 한 걸음 다가간 것입니다. 럭셔리한 삶을 향한 마지막 시험은 반응에 반응하지 않고 초월하는 건데요. 그래야 주님이 말씀하신 풍성한 삶에 가까운 겁니다.

홀로 교회를 다니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요. 권사님 한 분은 그분이 돌아가신 후에 조의금 들고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몇 개월 전 식탁 교제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셨답니다.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남아있는 사랑과 선물이 스토리로 자라갑니다. 

몇 년 전 같은 지방회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듣고 제법 먼 거리를 달려간 선배가 생전에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SNS에 남겼는데요. 진솔한 고백이 주는 깨달음에 감동했었습니다.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결단했지만 후회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고 이어령 박사는 럭셔리한 삶에 해설을 붙였습니다. “겉으로 번쩍거리는 걸 럭셔리하다고 착각하지만, 내면의 빛은 그렇게 번쩍거리지 않아. 거꾸로 빛을 감추고 있지. 스토리텔링에는 광택이 없다네. 하지만 그 자체가 고유한 금광이지.”

결혼 30주년 선물로 남편에게 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몇 푼 안 되는 은가락지를 귀하게 여기는 것도 스토리가 담겼기 때문인데요. 기도의 어머니가 임종할 때 다섯 딸 중 선택받아 ‘네가 기도의 어머니가 돼라’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수는 있지만 럭셔리한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판다고 스토리텔링을 살 수도 없습니다. 

없어도 럭셔리한 삶을 사는 리더가 될 수 있는데요. 마음과 시간, 공감과 위로, 사랑과 기도로 섬기는 겁니다. 있다고 럭셔리한 삶을 살고, 나눈다고 럭셔리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있다 한들 속 빈 껍데기에 불과하기도 하고 아무리 나눠도 천박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직 주님의 마음과 이름으로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사는 겁니다. 

주님을 닮은 리더는 럭셔리 예수를 따라 오늘도 다시 골고다를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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