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리더다?

리더는 아픕니다. 사업이면 매출, 수익, 세무, 인사, 연봉 조정, 환율, 부채관리, 미래 먹거리에 이은 종속변수는 예측 불가인데요. 목회라면 임직, 인사, 헌금과 지출, 성도, 교회 성장, 당회, 목회자 간의 갈등 조정으로 날 새는 줄 모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신중론과 신속론, 명품론과 실용론이 팽팽합니다. 충분한 대화와 조정시간을 두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가결을 해도 피해의식에 잠긴 자는 ‘또래 집단’을 규합하고 한풀이 혹은 역전을 도모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관철이 안 되면 반감이라는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 리더의 심장을 겨눕니다. 아무리 작은 화살이라도 몇 방 맞고 나면 리더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표출하기에 이릅니다.

첫 번째 처방전이 잘못되면 리더를 겨누는 화살이 늘어나죠. 반복되면 공동체는 길을 잃습니다.

게랄드 휘터(Gerald Huther)는 정신과 의사인데요.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에서 인간의 뇌를 연구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인 통증의 처리를 담당하는 뇌 신경망이 활성화한다는데서 실마리를 찾았는데요. 뇌와 몸은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혔습니다. 몸이 아프다면 뇌와 몸의 조화가 깨졌기 때문으로 봅니다.

인간의 몸에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상태가 되면 뇌에 위험신호를 전달하는 능력이 내재됐습니다. 수면, 영양분 섭취가 부족하거나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 이 신호는 뇌에서 적절한 반응을 일으켜 몸 전체가 다시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행동을 바꾸게 합니다.

그런데 건강한 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생기면 신호가 잡히더라도 무시하고 억누르는 신경망이 생성됩니다.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 조화를 반하는 방향으로 신경망이 생성됩니다.

고장 난 부모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습니다. 완벽주의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노출됩니다. 인정의 욕구 결핍과 성장 과정 중의 상처는 한 사람의 인생이 성공만을 목표로 위험한 질주를 하게 합니다.

심리학에서 과도한 열정을 열등감의 발로로 보는데요. 뇌 신경망 활성화와 유의미한 관계입니다.

의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만성질환을 앓습니다. 불안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도 확산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생존을 위해 참고 참아야 한다면 뇌 신경망은 그쪽을 향해 활성화해서 질병은 깊은 밤에 난 불처럼 조용히 불어와 순식간에 맹렬하게 리더를 집어삼킵니다. 사역과 생계의 점이지대에서 방향을 잃습니다.

성서의 핵심단어가 ‘사랑’인데요. 게랄드 휘터가 뇌 과학을 토대로 제시하는 해결책도 ‘사랑’입니다.

‘사랑’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인생 과제, 최고 난제입니다. 성공 논리에 지배당한 세상과 교회는 사랑 없는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병들었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외면했어요. 사랑은 이기성과 이타성의 균형이 중요한데요. 지나친 자기 사랑은 연민이고 과도한 이타적인 사랑은 집착입니다.

우선은 자신을 향한 올바른 사랑입니다. 존엄한 사람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뿐 아니라 타인도 비인격적으로 대하거나 도구로 삼지 않습니다. 빗나간, 위험한, 철없는, 이기적인, 성숙하지 못한, 일방적인, 의도적인 사랑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위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프지 않고 리더의 길을 걸어도 됩니다. 하나님은 잠자는 동안에도 치유하십니다. 처방전은 ‘왕 같은 제사장’에 담겼는데요. 타인이 보는 내가 아닌 하나님의 보물로서의 나로 살아야 합니다.

아는 목사님은 당회에서 “목사님은 우리 교회와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란 말을 듣고 한 주간 생각한 끝에 사임서를 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 개척에 필요한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뜻을 존중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사람으로 살기 위한 선택이었답니다.

이런 경우는 그나마 ‘해피 엔딩’인데요. 리더도 죽고 공동체도 죽는 길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퇴로도 차단하고 리더만 죽으라고 하면 죽을힘을 다해 싸웁니다. 진영이 갈리어 새벽기도하고 새 힘 받아 싸웁니다.

리더도 공동체도 막장 드라마를 씁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개척인데 이 상황에도 거부한다면 하나님이 그 교회를 쓰실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뇌와 몸의 관계처럼 개인 역시 타인으로 이뤄진 사회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습니다. 공동체도 구성원과 리더가 최상의 조화를 이룰 때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어떤 직위나 성과와 평판보다 당신이 더 중요합니다.

리더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생기는데요.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함을 최고의 가치에 둘 때 뇌 신경망은 활성화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기대는 부드럽게 거절합니다. 그래도 밀고 들어오면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가장 나답게 리더의 길을 갑니다.

리더여! 지금까지 당신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 얼마나 아프게 살았는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자신을 좀 더 귀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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