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하오”

김홍순 목사는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대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유익할 것을 믿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평안남도 강서경찰서 유치장에 20여 일을 있는 동안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전혀 기도와 성경 보는 시간으로 보냈으니 이런 기회는 평생 처음이었다.

가졌던 성경을 압수당했으나 집사람과 아이가 면회를 와서 서장에게 특별교섭하여 신약성경을 받게 되었다.

심문이 끝나서 평양으로 넘어가게 되면 성경을 빼앗길 것을 예상하고 야고보서를 암송하여 머릿속에 저장했다.

4월 중순, 강서에 유치된 지 20여 일 만에 심문을 마치고 검찰청으로 넘겨 평양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수용된 지 며칠 지나 감리교 김윤옥, 장로교 김진수, 지형순 한의원, 신학생 허이경이 들어왔다. 모두 감옥 신입생들이다.

그는 새벽 4시에 기상하여 간수의 눈을 피해 기도를 50분가량 드리고, 야고보서를 암송하고 아침마다 죄수들을 위해 기도하고 낮이면 전도 강연을 했다.

공판 전에 준비 공판을 한다고 하여 나갔더니 판사의 말이 “불의 부패 부정을 좋아하는 비인격자가 나라를 건국하면 곧 무너질 터이니 회개하고 예수 믿어 새사람 되어 새 나라를 건설하자. 영세 불멸하리라 하였는가?” “그렇다.”

그러자 판사가 “나는 당신들을 도우려고 한다. 예수 믿어 새나라를 건설하자는 말은 북조선 인민공화국 이외에 딴 나라를 세우자는 뜻이 아닌가? 당신에게 불리하니 그 말을 빼버리자, 어찌하겠는가?” “나는 대중에게 예수 믿게 하려고 전도 설교한 것이지 정치 강연한 것 아니다. 예수는 나의 생명이요 소망이니 ‘예수 믿어’를 빼버리면 예수를 빼버리는 것이니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정식공판에서 판사가 김 목사에게 물었다. ①“조선의 해방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연합국으로부터 왔다.” ②“연합국은 어느 나라인가?” “미국 영국 중국 소련이다.” 판사는 소련을 먼저 부르는가를 떠보는 것이었다. ③“썩은 기둥으로 집을 지으면 얼마 안 가서 무너진다고 했는가?” “그러하다.” 그 외에 시시한 몇 가지를 묻더니 악질 목사로서 사상이 불온하다고 검사가 4년을 구형하고 판사가 2년을 판결했다.

판결 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①문에 연합국명을 소련을 먼저 말하고 ②문에서는 ‘예수 믿어’를 뺐으면 집행유예로 내보낼 것인데 친미사상이 철저하더라는 것이다.

6월부터 공장에 나아가 일하게 되니 밥 덩어리도 좀 큼직한 것을 먹게 되었다. 7월까지는 주일에는 일하지 않고 지나갔다. 주일에는 목사들이 일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소장에게 들어갔다.

소장이 목사들을 끌어내어 폭언하며 “너희가 감옥에 들어와서도 반동하려는가?”하며 노발대발한다. 주일에 일하지 않으면, 아오지로 이감 보내겠다고 한다.

“이감 보낼지라도 못하오.” “죽어도 못하오.” 강경하게 버텼더니 욕설을 퍼부으며 감방으로 돌려보낸다.

8.15해방 기념일이 다가오자 교도소 내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밖에서 한 청년이 소내의 경비대장을 권총으로 쏘아 큰 부상을 했다.

반동 죄로 들어온 죄수의 차입 물품 엿 속에서 권총이 발각되어 8.15해방 기념일을 앞두고 교화소 내의 반동들과 연락이 있는가 하여 소내가 술렁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여 8월 13일 밤중에 반동 300명을 진남포 수용소로 이감시켰다.

주일에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계호계(戒護係)에서 심심하면 불러내어 그 무지한 홍 계장이란 작자가 혁대로 인정사정없이 때리고 더러운 욕설을 퍼붓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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