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에서는 직업의 속성을 생계유지, 개성의 발휘, 역할의 실천으로 보고 있다. 이 3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 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것이 우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생계 문제는 걱정 없으니까 자기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스스로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고 조직 생활에서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한다.

이 삼박자가 잘 맞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마슬로우(Maslow)가 말하는 인간의 욕구 단계를 잘 밟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간사회의 불평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무엇보다 가난해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고 자식 교육도 하기 어렵다면 불행한 삶이다.

국가사회 발전과 환경의 변화는 교회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교회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는 같지만 인간사회의 다양성, 복잡성으로 독립교회 운영의 양상은 상이하게 나타난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듯이 큰 교회도 있고 작은 교회도 있다. 대체로 교인이 많으면 재정이 튼튼하고 교인이 적으면 재정이 빈약하다. 교회 역시 사회의 많은 조직처럼 경쟁체제에 있다.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다. 큰 장로교회의 교역자가 은퇴하면서 십 수억원의 퇴직비를 요구하여 당회와 시비 중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좋은 아파트도 마련해 주어 살고 있고 그 아파트가 배로 값이 뛴 상태인데도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역자 당사자로서는 수십 년간 교회를 키워 대형교회를 만들었으니 당당한 요구를 하는지 몰라도 그것이 온당한지는 판단이 어렵다.

일반사회의 직업인들과 다를 바 없는 정황을 보면서 교회에 대해 생각이 머문다. 교회도 경제적 지배를 많이 받는 사회체제이며 목회자는 전문적 직업인이다. 문제는 작은 교회다.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면 우선 농촌 지역을 떠 오르게 한다. 그러나 지금 농촌에는 경제활동 인구가 적어 교인 확보가 쉽지 않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도시의 전세 이층집 교회가 늘어나는가 싶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은 교회의 목회자는 잘 견뎌왔다. 그들에게 경하를 보내야 한다. 필자는 생계가 어려운 목회자가 대리운전하고 있다는 말을 한참 오래전 들었다.  목회자의 이중직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가족과 먹고살아야 하는 데 교인이 거의 없는 작은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을 수 없으니 투잡(Two Job)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는 찜찜함이 남는다. 필자의 보수적인 교회관 때문이리라.

지금도 ‘목사를 성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성직은 일반인이 침범할 수 없는 경계선 너머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성직의 경계를 허물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와 있다.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독자적 체계에서 교회를 영위해야 하며 성직이라는 의무에 묶여 가족의 생계, 자식의 교육까지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작은 교회 목회자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한 연구소가 작은 교회 목회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48.6%)이 이중직을 경험했고 목회자가 이중직을 갖는 일에 대해 약 90%가량이 찬성한다고 했다.

투잡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문제(60.5%)였다. 40대(37.6%) 이하 목회자가 다수였고 선택한 직업은 노무직이 많았다.

이중직에 대해 스스로 바람직하지 않다(48.5%)고 하면서도 투잡을 해야 하는 목회자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니 마음이 어두워진다. 이중직에 대해 예장합동, 예장통합, 우리와 가까운 예성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교단도 올해 총회에서 미자립 목회자에 한해 다른 직업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청원 되어 내년 총회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같은 성결교회 목회자인데 교회가 어려우니 투잡을 해도 좋다고 한다면 인격 비하다.

‘미자립교회에 한한다’라는 규정은 두지 말고 목회자 재량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사정이 좋아지면 누가 투잡을 하겠는가.

사도행전 18장 3절에 장막 만드는 일을 하면서 선교사역을 했던 바울을 예로 들어 자비량 목회를 결부 지은 것도 뭔가 이상하다.

투잡을 꼭 해야 한다면 교역과 하는 일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놓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성직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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