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6년차 총회가 폐막되었을 때 반기독교적이라고 낙인찍혀 있는 마르크스(K.Marx)의 말이 마음에 떠오른 것은 무슨 까닭에서일까. 마르크스는 말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이룬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환경 속에서 역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주어지고 물려받아 이미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이룬다.”

▨… 자신의 자녀들이 대영제국의 풍요와 영광 속에서 계속해서 살 수 있기를 탐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역사가들은 과거의 역사를 조작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세계사의 과거를 대영제국이 세계를 다스리는 영광스러운 현재에 이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물론, 그와 같은 역사왜곡은 영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시대를 따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 일본 등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 인간은 사회를 형성해 가지만 사회에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져 가기도 한다고 밝힌 이는 버어거(P.L.Berger)였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사회통제(social control)와 사회계층화(social stratification)에 의해 길들여지는 사회적 존재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희랍인 조르바’처럼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인간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몽상이나 다름없다.

▨… 현재를 위해 과거를 조작하는 빅토리아시대 역사가들의 기술을 저명한 역사학자 하워드(M.Howard)는 ‘보육원 역사’(nursery history)라고 비꼬았었다. 버어거는 “인간은 사회라는 웅대한 연극 속에서 배역대로 가면을 쓰고 출연하는 사회적 존재”라고 갈파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책임성을 강조했었다. 이를 위해 개인은 자신의 역할과 자아정체를 이끌어내야 하며 동시에 세계관도 사회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 어느 장로 대의원이 말했다. “총회에 처음 왔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생산적인 결과는 아무 것도 없으면서 고성만 오가는, 당파적 이기심만 난무하는 총회를 경험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성결교단이 자랑해온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온 역사가 ‘보육원 역사’는 아닌지, 성결교회라는 사회가 배역대로 가면을 쓴 자만을 배출하는데 급급해 온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자. 아무리 그 답이 우리를두렵게 하더라도….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