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감정을 표현하는 주요 단어 중 하나가 ‘두려움’이다.

흔히 ‘경외’(敬畏)라는 세련된 용어로 미화하는 ‘두려움’의 심정은 하나님과 인류 사이에 현존하는 본질적인 존재적 차이에 기인하며,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활성화된다.

피조물의 신분으로서 넘어설 수 없는 간격을 기꺼이 수용하는 한편,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는 인간사에서 공의와 섬김의 율례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당위성이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괴테는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경외심을 인간이 지닌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했고, 루돌프 오토는 ‘누멘’이라는 용어를 통해 거룩함과 성스러움의 본성을 설명했다.

두려움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אֵרָי(yare: 야레)와 헬라어 φοβέω(phobeo: 포베오)의 용례를 성경에서 자세히 찾아보면 문맥과 문법 구조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정적 차원의 무서움과 걱정을 표현하는 구절도 있고, 밝고 긍정적 분위기의 존경과 경배 그리고 기쁜 놀람과 소름 끼치는 무서움 등의 느낌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이 획일적인 심리상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즉 성경이 묘사한 두려움은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현안에 따라 복잡하게 분출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원리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은 억압과 속박 속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동기로 작용하기도 하며, 게으르고 방종한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도덕적 규범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속성을 지닌 하나님 경외 사상은 기준과 토대를 상실한 이에게는 강력한 구심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올바르고 선한 양심을 준수하는 이들에게는 역동적인 원심력으로 기능하는 까닭이다.

인간 본성 중 하나인 두려움을 하나님의 주권이 지배하는 체계가 성립된 순간, 윤리적 가치관과 신앙적 세계관의 규율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두려움에 관한 성서적 진술은 감염병으로 인한 방역 지침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2022년 새해를 위한 호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감염병의 창궐 이후 나타난 기형적 인간관계와 불규칙한 대면접촉에 따른 불신과 근심의 팽배를 염두에 둔 신학적 해석이다.

즉 부정적인 두려움에 함몰된 삶의 풍속도는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점차 두려움의 근본 모태였던 감염병을 능가하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두려움을 생성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그처럼 인간의 통제 한도를 벗어난 두려움의 추세를 방관한다면, 두려움은 감염병의 경계를 넘어 무서운 기세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최악의 경우로 치닫는다면, 맹목적 두려움은 감염병의 종식 이후에도 모든 사회적 관계를 파괴하는 비극적 결말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맹위를 떨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성경을 통해 살펴본 것처럼, 두려움 자체는 예측 불가한 다면적 요소를 지닌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주체와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해를 맞이하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이 제공하는 두려움의 근본 원칙에 주목하며, 하나님에 의해 재정립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신앙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심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심리적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사회의 구조적 특징과 실존적 차원, 병리적 현상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내용으로 확장될 여지가 농후하다.

따라서 하나님을 신실하게 두려워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주도권을 능동적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삶의 혁신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누가복음 12장 5절처럼 마땅히 두려워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은 21세기 상황에 부합한 확장성을 지닐 수 있으며, 감염병 이후를 준비하는 건설적 신앙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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