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촌교회 중등부 장애인반 박세은 씨
10년간 구약 필사 조미진 씨, 3년간 시편 쓰기
매일 성경 쓰고 큐티와 감사일기
2021년에도 가족과 신약·잠언 써
“잠언 책 제25편 26편 다 썼어요. 큐티와 감사일기 읽고 쓴 거에요. 어때요, 잘했지요. 선생님.”
발달장애인 조미진 씨(39세)가 역촌교회 중등부 사랑반 교사 김현숙 집사에게 12월 24일 보낸 문자다. 아침 8시 45분이면 어김없이 이런 문자가 온다.
“365일 올려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렇게 올리면, 제가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해줍니다.”
조미진 씨는 발달장애에도 불구하고 2021년 신약 성경을 필사했다. 글씨는 비록 삐뚤빼뚤하지만, 진심으로 쓴 그녀의 필사 성경은 매우 감동적이다.
지적장애 2급에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미진 씨는 손에 근육이 약해서 글씨를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녀가 쓴 성경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느적거리는 것도 손에 힘이 없어서 그렇다. 사실 발달장애인들이 성경을 쓰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한 글자 쓰는 데 온 힘과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미진 씨는 이런 손으로 3년 동안 시편을 썼다. 지금은 온가족 잠언 쓰기와 시가서도 필사중이다. 그녀의 하루는 언제나 성경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필사 성경을 쓰고, 청소년 큐티 새벽나라에 감사일기까지 쓰고나서야 다른 일과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바깥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성경을 읽고 쓰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났는데, 그래도 그녀는 “성경을 쓰는 것이 재미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왜 성경을 쓰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예수님 믿으니까 아파서 누워 있어도 성경을 읽고 써요”라고 답했다.
이런 미진 씨는 새해에도 성경쓰기를 멈출 생각이 없다. 지난해는 미진 씨 가족들도 함께 신약성경을 썼다.
믿지 않는 부모님이지만 미진 씨 덕분에 신약성경을 같이 쓰며 성경을 읽었다. 새해에는 구약 필사에 도전할 생각이다.
미진 씨의 단짝인 박세은 씨(39세 다운증후군)도 성경필사에 빠져있다. 세은 씨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이 꼬박 걸려 구약성경을 필사했다.
그녀가 쓴 필사노트만 20권이 넘는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한 줄 한 줄 순수한 마음을 담았다.
세은 씨는 “시간이 날 때 쉬어가면서 쓰고, 쓰기 싫으면 또 쉬어가면서 썼다”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힘들어도 계속 쓴 것”이라고 고백했다.
구약 필사를 마친 후 2021년 세은 씨도 가족들과 신약성경 필사를 완성했다.
매일 이렇게 성경을 쓰다 보니 세은 씨가 쓴 구약 필사본과 성경 노트, 큐티집은 그녀의 키만큼이나 쌓였다.
그녀는 성경쓰기 뿐만 아니라 예배도 철저히 드린다. 주일예배는 물론 수요 금요철야예배도 빠지는 법이 없다.
엄마 신혜영 권사는 “저도 못 하는 것을 딸이 해냈다”면서 “내가 권사가 아니라 딸 세은이가 권사다”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들은 역촌교회(이준성 목사) 중고등부 사랑반(장애인 반)에서 만났다.
세은 씨가 미진 씨를 전도했는데, 30대에 들어선 지금까지 두 사람은 성경을 함께 쓰며 절친한 친구로 우정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대면 예배가 어렵게 되면서 두 사람은 성경쓰기와 큐티·감사일기 쓰기 삼매경에 빠졌다.
새해에도 이들은 성경을 쓰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예수님을 사랑하니까.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성경을 읽고 쓰는 일을 아파도 꼭 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은 씨와 미진 씨의 가장 큰 새해 소원은 코로나가 끝나 다 같이 예배드리는 것이다.
요즘 집에서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리는 미진 씨는 “하나님이 코로나를 빨리 안 없애준다”면서 “코로나가 지나서 교회에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해에도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성경 쓰기와 예배자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