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트렌드, 그리고

“나 하나 먹을 때 남자 친구는 2~3개씩 먹는데… 처음 연애 시작할 때는 반반씩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데이트 통장 괜히 만들었나 싶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십니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연인이 데이트를 시작했어요. 더치페이가 어색하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쓰는 것도 부담스러운 거예요.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서 공동비용을 입금하고 같이 쓰는 게 트렌드라고 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남자 친구가 두 배로 많이 먹어서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내 그게 손해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말이 되면 한 해를 회고하고 미래의 전망을 다룬 책이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채우는데요. 맨 앞자리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16년을 이어온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전망을 엮은『트렌드 코리아』가 자리했습니다.

매해 10글자로 그 해의 트렌드를 분석하는데요. 『트렌드 코리아 2022』의 타이틀 키워드는 ‘TIGER OR CAT’입니다. 소위 ‘위드 코로나’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리는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기로에 섰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맘때면 조직이나 공동체는 신년 계획을 세웁니다. 잘한 것은 강화하고 버릴 것은 버리겠죠. 늘릴 것, 줄일 것, 통합할 것을 찾습니다. 변수를 예측하고 대안도 준비할 텐데요. 기업이 트렌드를 무시하거나 잘못 읽으면 브랜드 가치는 급락합니다.

트렌드를 예측한다는 것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누군가가 트렌드를 무시하고 하나님과만 직통한다고 하면 괴팍한 리더가 될 겁니다.

목회에 이용하기 위해 트렌드를 공부한다면 동기의 순수성이 결여된 삯꾼 목자일 테지요. 알지만 사사로이 이용하지 않고 기술을 쓸 수 있지만 절제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트렌드를 알 필요가 있을까요? 답하자면 하나님의 사람은 시대의 예언자로 부름 받았기에 트렌드를 읽어야 합니다.

트렌드를 읽으면 리더십의 고착을 막아 줍니다. 본질은 잊지 않고 피보팅(pivoting)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위기를 예측하고 방어 계획을 세워야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피보팅의 1단계는 임기응변인데요. 살아남기 위한 대응 수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개혁교회는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과 온라인 목회 시스템 구축에 비교적 잘 적응했습니다.

2단계는 체질 개선인데요.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교회는 이미 메타버스(metaverse)에서 노아의 방주를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가상세계’라는 신조어와 막연한 거부감으로 도래한 가상공간을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낯설긴 하지만 거대담론을 통해 길을 내지 않는다면 미래세대를 놓치게 됩니다.

3단계가 사업 재편인데요. 목회자는 사역 재편, 성도는 삶의 질서 재편, 리더는 해체와 재구성을 서둘러야 합니다.

메타버스를 통한 신앙교육을 수용하기가 어렵지는 않겠지만 ‘메타버스 교회’에 대한 신학적인 논의와 결론을 도출함으로 혼란을 막아야 합니다. 이미 영상, 온라인, 유튜브, 쌍방향 소통,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렸는데요. 가상현실 치료도 시작됐습니다.

햅틱 같은 재현 기술로 혼합 현실을 만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공포증, 통증, 알코올 중독을 치료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교회의 개혁은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떠올랐습니다.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이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빌린다면 되레 코로나19는 혁신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 1만 개의 교회가 폐쇄됐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가면 작은 교회는 훨씬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겁니다.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길을 찾아야 할 텐데요. 코로나가 변혁을 강제했기에 적응하는 리더십은 살아남습니다.

내러티브가 힘을 발휘하려면 로고스의 차원을 넘어 뮈토스를 공략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로고스가 논리와 합리성에 호소한다면 뮈토스는 감정과 상징에 어필합니다. 이성과 진리의 언어인 로고스와 달리 뮈토스는 아득한 과거의 집단적 기억을 소환하는 언어입니다.

본능적으로 로고스보다는 뮈토스에 더 끌립니다. 이성과 진리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 진리를 확실하게 전하기 위해 트렌드를 넘어 이야기, 이야기를 넘어 상징을 그려줘야 할 때입니다.

헌신 없는 헌신예배를 격려와 응원을 담은 리더십 축제로 재구성하면 어떨까요? 특별하지 않은 특새를 특별한 기대감이 충족되는 특새, 관례로 진행되는 직원 세미나에 외부 강사 대신  내부 간증자를 세워 섬김을 나눠보는 겁니다.

다시 불타오를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전문가와 예산을 편성해야 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이 사람의 책임을 다하면 하나님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책임을 다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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