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오심을 예비하라 (The King Shall Come )
대림절(Advent)은 교회력이 시작되는 절기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이다.
대림절을 가리키는 이 말은 원래 로마 제국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곧 신적인 영예가 주어진 황제가 통치자로 즉위한 후 여러 지역과 도시를 방문하는 의식이 있었는데, 이를 ‘His Advent’라고 했다. 이를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유일한 황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적용하여 사용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림절의 예전 빛깔이 보라색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왕과 임금의 상징으로 위엄과 존엄을 의미한다.
3주간에서 7주간으로 다양한 형태로 지켜오던 대림절이 오늘날의 4주간으로 확정된 것이 11세기였음을 고려한다면 대림절은 교회사의 가장 유서 깊고 오랜 절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설교자의 강단은 이 기간 동안 어떤 메시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오시는 그 길을 예비할 것인가? 교회사에서 대림절 강단은 세 인물과 주로 관련하여 말씀을 선포했다. 그들은 바로 이사야, 세례 요한, 마리아이다.
이사야 – 회개와 정결함으로 왕을 맞이하다
구약의 많은 책 중 이사야서는 대림절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다. 왜냐하면 이사야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에 관한 직접적인 예언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와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사 9:6)와 같은 예언은 구세주의 탄생에 관한 대표적인 예언이다.
그러나 이사야의 메시지가 대림절에 자주 인용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그리스도의 초림 뿐 아니라 만물을 통치하시고 새롭게 하실 그리스도의 종말론적 통치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야서의 메시지를 오늘의 상황과 연관시켜 전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사야 당대의 상황이 현대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사야 시대 사람들은 비록 하나님의 백성이었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둔감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점점 멀어져갔다. 이사야의 소명은 그러한 무감각한 하나님의 백성들을 흔들어 깨우며 오실 메시야에 대한 대망으로 그들을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사야서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대림절의 메시지는 회개의 메시지이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거룩하신 보좌 앞에 “화로다 나는 망하게 되었도다”(사 6:5)고 탄식한 것처럼, 강단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자신의 죄악을 참회하고 정결한 마음으로 그분을 기다리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동방교회에서 대강절 기간의 회개와 참회의 준비 기간 후, 주님의 탄생과 세례를 기념하는 주현절 날 세례를 베푼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세례 요한 – 왕의 길을 예비하다
기꺼이 잊혀지다 세례 요한 또한 대림절 기간 동안 숙고할 인물이다. 세례 요한의 사역의 본질이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요 3:28)
세례 요한이 메시아의 임박한 도래에 앞서 사람들에게 촉구한 것은 참된 회개와 전향적인 삶의 변화였다.
곧 요한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마 3:2),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눅 3:10-11)고 외치며, 대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취해야 하는 마땅한 삶의 태도에 관해 강조하였다.
이러한 사역을 감당하던 세례 요한의 삶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는 그의 고백이 보여주듯, 그는 떠오르는 태양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잊혀지는 삶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겼으며, 일생을 오직 그리스도만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메시아의 길을 예비했던 세례 요한의 삶과 메시지는 메시아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자들이 따라야 하는 삶의 모범이다.
마리아 - 희생과 순종으로 아기 예수를 품다
마리아 또한 대림절 기간 동안 상고해야 하는 인물이다. 마리아는 메시아를 잉태한 복된 여인이다.(눅 1:42)
대림절과 관련하여 그녀의 삶에서 주목할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그는 정혼한 여인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해와 희생을 기꺼이 감당했던 헌신적인 여인이었다.(눅 1:38)
둘째,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 눅 1:46~56)에서 보듯, 그녀는 메시아가 이루실 일과 이를 위해 비천한 자신을 사용하심을 기뻐했다.
이러한 마리아의 순종과 희생은 그리스도를 대망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하는 태도이다. 당신의 아들의 오심을 위해 한 여인의 역할이 필요하듯, 하나님은 당신의 아들의 두 번째 오심을 위해 교회의 역할을 기대하신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미가(미 5:2), 호세아(호 11:1), 스바냐(스 3:14~20)와 같이 주님의 탄생과 사역을 예언했던 많은 선지자의 메시지 또한 연구할 가치가 있다. 보다 의미 있고 새로운 대림절 설교를 위해서 두 가지 자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는 최근에 번역 출판된, 영국의 신약학자며 탁월한 이야기꾼인 폴라 구더(P. Gooder)가 저술한 『기다림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구더는 성경의 여러 인물, 곧 믿음의 조상들, 선지자들, 세례 요한, 마리아의 기다림의 이야기를 통해 대림절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또 다른 책은 한기채 목사의 『헨델이 전한 복음』이다. 이 책은 일반 설교집과 달리 헨델의 메시아 연주곡(CD)과 해당 성경 본문, 그리고 곡의 해설과 간결한 설교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세계 전역에서 연주되는 주님의 생애와 연관된 영감 어린 연주와 함께 설교를 꾸민다면 더 신선하고 색다른 대림절 설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그러나 대림절과 관련하여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대림절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고 기념하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존 웨슬리(J. Wesley)가 말하듯, 대림절은 구원자로 오셨고 동시에 심판자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Already and Not Yet)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현대 교회에서 대림절의 더욱 중요한 의미는 과거의 어느 한때 이 땅에 오셨던 그리스도가 아니라 다시 이 땅에 오실 그리스도를 향한 간절한 기다림에 있다.
이에 관해 예배학자 호레스 앨런(H. T. Allen)은 이렇게 단언한다. “대림절의 역사적 주제는 성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종말을 준비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대림절 강단이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메시지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했듯, “마라나타(Maranatha),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크게 두 종류의 메시지를 기둥으로 삼을 수 있다. 첫째는 신약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된 메시지로, 예수님의 재림에 관한 약속과 서신서의 재림에 관한 주제를 본문으로 삼을 수 있다.
둘째는 마지막 때 이루어질 그리스도의 승리와 통치에 관한 메시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야서에 예언된 종말론적 통치(사 11:6~9)와 계시록의 최후 심판과 승리,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주제를 본문으로 삼을 수 있다.
네 앞에 내 설교자를 보낸다
대림절은 교회력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재림하실 그리스도와 역사의 마지막을 묵상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림절 안에는 시작과 끝이 공존하며, 그분의 탄생을 맞이하는 구속론적 묵상과 그분의 다시 오심을 예비하는 종말론적 신앙이 공존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림절 강단에 서는 모든 설교자의 일은 오래전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비했던 세례 요한의 일과 동일하다.
한 성경은 요한의 일을 이렇게 번역하였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앞에 내 설교자를 보낸다. 그가 네 길을 평탄하게 할 것이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여! 하나님의 오심을 준비하여라! 길을 평탄하고 곧게 하여라!”(막 1:2)
대림절 강단은 구세주의 임박한 탄생과 백마를 타고 저 언덕 너머 당도하신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 잠든 세상을 흔들어 깨우는 밤하늘 힘찬 놋쇠 나팔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