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하나만큼은 잘 풀어낼 줄 알았다. 도덕적으로 약간의 흠결이 있다 해도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국민들은 경제가 살아난다면 다른 것은 웬만하면 너그럽게 이해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뒤틀려버린 것이 경제다. 고물가, 고실업과 눈 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에, 성장률과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다. 제 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대통령의 핵심적인 경제 코드는 ‘기업 프렌들리’였다. 시장친화적 기업환경 조성과 규제완화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요즘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대통령 취임 직전 이동통신요금을 인위적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가 기업의 반발을 사더니 국제 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자 물가를 잡는답시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강력한 담합조사를 벌이고 있다.

백용호 위원장은 정유사와 대형학원, 은행 등을 거론하면서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카르텔을 집중 감시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담합조사라는 칼을 휘두르면 기업으로서는 원가부담을 안고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각종 공공요금도 올해 초부터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누르고 있다. 물론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올드보이’의 활극처럼 권력의 힘으로 물가를 ‘때려잡는’ 방식 외에는 다른 수단이 이 정부에는 없다면 ‘일 잘하는 정부’라는 수식어는 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환율정책도 마찬가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외환 시장에 개입해 고환율을 유도했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수출이 늘어날 것이고, 수출이 늘면 투자가 활력을 얻고 고용이 살아날 것이라는 그의 확신이 토대가 됐다.

그러나 그의 운이 나쁜 것인지 혜안이 부족한 것인지 고환율 정책을 쓰자마자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수출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원유도입 단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급등하는 유가에 고환율에 따른 엄청난 환차손까지 더해진 것이다. 시중 휘발류, 경유 값이 그토록 심하게 오른 것은 국제 유가의 인상도 인상이지만 고환율 정책이 가져온 부담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환율 때문에 사상 최대의 수출고를 올리고서도 무역적자가 무려 8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연말까지 무역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무역흑자국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2008년은 무역적자국 전환이라는 우울한 한 해가 될 처지에 놓였다. 

성장률 7%에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달성이라는 화려한 ‘747’공약은 허구였다는 사실을 이제 국민은 안다. 그렇더라도 난마처럼 얽힌 경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줄 믿었던 이명박 정부가 마치 황소가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것처럼 더 엉망인 상황을 만들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주저앉아 있는 것은 촛불시위로 리더십의 위기를 맞은 것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넓게 보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데 대한 실망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는 묘안을 내지 않고는 돌아선 민심을 다시 얻기는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 63주년이자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5일, 남북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악성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니 ‘9월 위기설’이니 하는 음산한 경제위기의 신호가 유령처럼 떠도는 때에 경제난을 타개할 해법도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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