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미친 사람이 베를린의 번화한 거리에서 인도 위로 차를 몰고 달린다고 하면 나는 목사로서 죽은 자를 장사하고, 가정을 위로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내가 만일 그 장소에 있다면 나는 덤벼들어서 그 미친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어느 목사가 조자룡의 헌 칼처럼 써먹는 미친 운전자의 운전대론 전문이다. 세계 최대의 교회가 있는 이땅에서 자신의 이름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본회퍼는 기뻐할까, 씁쓸해할까.

▨… 현시대가 목사의 자기선전까지 용납하고 목회를 취업으로 간주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또 세계 최대의 교회가 교세를 자랑하는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전쟁이 터질 것을 예견하면서 귀국길에 오르는 본회퍼의 신앙과 신학을 귀동냥이라도 한 적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본회퍼 목사의 이름을 그렇게 팔아서는 안된다.

▨… 1939년 7월 뉴욕을 떠난 본회퍼는 자신의 귀국을 만류하던 라인홀드 니버 교수에게 독일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결심을 밝히는 편지를 썼다. “…우리는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문명이 살아남도록 조국의 패전을 바라든가 조국의 승리를 위해서 그리스도교 문명을 파괴하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둘 중에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안전한 가운데서 그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극성스러운 상업주의가 교회마져 삼켜버리는 이 시대, 이 땅에서 본회퍼 목사의 진면목을 뉘 있어 밝혀줄까. “경건한 행위로 죄를 고백하는 것은 악마의 꾐”이라고 극언했던 본회퍼는 “경건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용서받은 죄인이 되는 것만이 그리스도인의 사귐을 이룩한다”고 갈파했다. 그가 고집하는 그리스도인 상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의 피로 용서받은 죄인이었다.

▨… 지난 9월 23일 어느 신문에는 40명에 이르는 목사의 사진으로 도배된 광고가 게재되었다. 무슨 기도원 광고인데 “제20대 대통령 후보 무소속 000 목사”와 “1.경제대국 2.DMZ-UN본부 3.대한민국-독일통일”이라는 정치적 공약이 박혀 있었다. 무슨 꿍꿍일까? 광고의 속셈은 모르지만, 어쩌다가 우리 교단의 어른 몇분이 들러리를 선 모양새가 눈을 아프게 한다. 아뿔싸 오늘(10월 5일)도 같은 광고가 게재되었다. 그 속셈은 밝히지 않고서. 대통령 후보를 사진의 목사들 중에서 뽑자는 것일까. 혹시 어느 목사가 본회퍼 이용하듯 그리스도인들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누군가가 대답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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