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가 사역하니 교회가 부흥됩니다”
개척교회는 힘들고 어렵다는 시대이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대부분의 활동이 중단된 요즘, 개척 2년만에 4배 이상 부흥한 교회가 있다. 장년 9명과 목회자 가정 6명 등 15명으로 시작해 현재 등록교인 80명, 출석교인 60명으로 성장한 전주 송천바울교회(박상열 목사)이다.
목회자가 먼저 헌신하라
송천바울교회는 2019년 6월 개척하면서 교회당 건축을 결정했다. 상가교회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박상열 목사의 판단이었다. 함께 개척을 준비하던 성도들은 회의적이었다.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고 소수 인원이 대출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상열 목사의 생각은 확고했다. 박 목사는 “교회가 개척할 곳은 신도시 지역이었는데 상가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외적인 부분을 잘 준비하고 영적 필요를 채워준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배당 건축을 위해 박상열 목사가 가장 먼저 헌신했다. 이전 교회에서 받은 퇴직금과 생활비 등 2,400만원 가량을 헌금한 것이다. 여기에 바울교회 5,000만원, 광주교회의 한 권사가 1,000만원, 한우리교회 김현모 장로, 남군산교회, 군산중동교회, 청주서문교회, 남전주교회 등도 후원했고 성도들의 헌신도 이어졌다. 평생 모은 퇴직금을 바치는 등 십시일반으로 재정을 모았고 은퇴 후 생활을 위해 모았던 적금을 깬 성도도 있었다.
효과적인 전도 장소 모색부터
송천바울교회가 설립될 당시 10여 개의 교회가 이미 개척하거나 개척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들과는 다른 전도 장소와 방법을 고민하던 박상열 목사는 전도 장소로 주변의 세병호 호수를 선택했다. 다른 교회가 아파트 앞 전도에 집중할 때 오히려 사람들이 여유있게 산책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호수를 공략한 것이다.
전도 물품으로는 주부들이 좋아할 고무장갑과 물티슈 등을 준비했다. 여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예쁜 부채를 나눠주며 주부와 어린이들의 마음을 샀다. 또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매주 두 번씩 같은 장소를 지키며 ‘이곳은 송천바울교회가 있다’는 인식도 심었다.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도록 교회 1층은 작은 카페로 만들었다.
박상열 목사는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교회를 알리면서 ‘송천바울교회’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했다”며 “특히 동일한 시간과 장소를 지킨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신자 영적 필요 파악해야
새신자들의 영적인 필요를 파악해서 사역에 적용한 전략도 주효했다. 박 목사는 “이사를 와도 기존 교회에서 만족하면 아주 멀지 않는한 교회를 옮기지 않는다”며 “이사 후 교회를 옮기는 경우에는 이전 교회에서 영적인 갈급함이 채워지지 않았거나 가나안교인일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송천바울교회에 다니는 교인들 대다수는 과거 가나안교인들이다. 신앙은 있지만 여러 이유로 교회출석을 거부하던 사람들에게 말씀의 본질을 심었다. 먼저 이들을 대상으로 5주 양육과정을 실시했고 성경공부를 열어 영혼의 갈급함을 채워줬다.
또한 자녀들을 위한 특별새벽기도회를 자주 열어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하며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상처를 보듬고 교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육을 실시하니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당신은 우리 교인입니다”
개척교회의 특징 중 하나는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떠나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속칭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이 모두 활짝 열린 것이다. 박상열 목사는 나가는 사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속감을 심는 일에 주력했다. 5주 양육과정을 마치고 교인이 되면 박 목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교회 명패를 붙여줬다.
혹시라도 교인이 나오지 않으면 그 주에는 꼭 심방을 실시했다. 심방을 갈 때는 커피와 빵 등 소소한 것이라도 선물을 준비해 전달했다. 성도들과 식사라도 할 일이 생기면 박상열 목사가 대접했다. 박 목사는 “교회 명패를 담임목사가 직접 붙여주고 가정을 위해 기도하면 성도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특히 소소한 것이라도 먼저 베풀고 나누는 모습에서 다들 감동하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평신도가 사역하는 교회
송천바울교회의 또 다른 특징은 평신도가 사역하는 교회라는 점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는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고 잘해야 하는 일명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데 송천바울교회는 평신도가 대부분의 사역을 감당한다. 박상열 목사는 설교와 심방에만 집중하고 다른 일은 성도들이 나눠하고 있다.
또 송천바울교회는 차량운행이 없다. 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수요예배, 주일예배 등 교인들이 알아서 출석한다. 교회 재정도 마찬가지이다. 매월 대출금 이자를 비롯해 교회 행사에 지출되는 재정도 교인들의 헌신으로 마련된다. 대출금 이자도 각자 약정해서 내고 있고 행사 역시 그때마다 모이는 재정 내에서 치르고 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내 교회, 우리의 사역’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박상열 목사는 “가끔 연세 드신 분들이 걸어서 교회에 오실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그럴 때마다 ‘운동 삼아서 걸어온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오히려 은혜를 받는다”며 “내가 다니는 교회, 우리가 감당하는 사역이라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세상보다 재미있는 교회
어른들을 위한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송천바울교회 사역의 특징이다. 교회가 세상보다 재미있고 많은 교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달란트 시장이다. 예배에 참석할 때마다 달란트를 지급했고 어느 정도 모이면 장년을 대상으로 달란트 시장을 열었다.
성도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교회는 성도들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주로 생필품이 상품으로 나오는데 가장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 한쪽에는 떡볶이와 김밥 등 간식거리를 마련해 가족들끼리 간식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농사를 짓는 교인들은 농산물을, 마트를 운영하는 교인들은 물품을 헌물해 달란트 시장은 매번 풍성하다.
또한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버모임을 만들어 관광지를 방문하고 교인들간 교류를 위해 다양한 모임을 만들면서 결속력도 강해졌다.
개척 2년만에 선교지 5곳 후원
송천바울교회는 아직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작은교회이다. 그러나 개척한지 2년만에 해외선교도 5곳을 후원할 정도로 선교에도 동참하고 있다. 작은교회일 때부터 시작해야 이후에도 꾸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선교비는 많지 않지만 이런 마음을 교인들이 이해하고 동참하고 있다.
“우리처럼 작은교회는 발버둥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해요. 그래서 더 많이 기도하고 고민하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우리교회가 더 건강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위로를 부탁드립니다.”
박상열 목사의 고백대로 송천바울교회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더 도약하게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