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사립학교 교사 임용 과정의 일부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개정안은 신규 교원을 채용할 때 공개 전형에 필기시험을 포함하고, 이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여 실시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교원 임용의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킴으로써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라는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여당은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언뜻 보면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과잉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 학교의 일처럼 확대해 시·도교육감이 획일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건 도를 넘는 자율성 침해다.

채용 비리는 형사처벌을 포함한 행정·재정적 제재로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학은 학생모집과 교육과정 편성, 수업료 책정 등에 대해 일일이 간섭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개정안에는 교육감의 학교장과 교직원에 대한 징계 요구에 불응할 때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를 ‘공영형 사립학교’로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특히, 이번 사학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종교계 사립학교인 기독교 학교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채플 강제 금지, 성경공부 금지 등으로 기독교 학교 설립이념과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는데, 기독교학교의 인사권과 자주성마저 제한한다면 기독교 사학이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는가.

현 사학법도 여전히 개방이사제, 교원인사위원회·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 교장 임기 제한 등 위헌 소지 있는 조항들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학재단이 내부 분규에 휩싸이는 등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사학법도 지금처럼 사학재단의 부패 근절을 명분으로 일부 학교의 비리를 전체 사학의 문제인 양 몰아갔다.

사학의 비리는 시정명령, 학교장 해임 요구, 형사고발 등 현재의 법적 수단으로도 얼마든지 처벌 가능한데도 굳이 별도 법을 만들어 사학 전체의 제도적 통제를 시도한 것은 분명 과잉입법이다.

그런데 그나마 남은 교사 채용권까지 시도교육감의 통제 아래 두겠다니 “국가가 사학을 말살시키는 것”이라는 성토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런 식이면 사립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무엇보다 이대로 사학법이 개정되면 기독교 학교에 비종교인 타 종교인 심지어 이단까지 교원으로 임용될 수 있게 된다.

한국 기독교 사학 법인연합체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비롯해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등 범기독교단체들이 여당의 ‘사학(私學) 자율성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중단 촉구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학의 건학 이념과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다양하고 창의성 있는 교육이 살아난다.  우리 기독교사립학교가 먼저 교육의 빛과 소금이 되어 투명한 교원 임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

사립학교 교원 임용에 관한 건강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과 교육계와 적극 협력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사학법 개정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정중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응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낙선운동을 포함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독교학교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범 교단 차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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