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월리엄스(Robin Williams)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배우입니다.

웃음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서 늘 웃음을 선사해서 ‘할리우드 웃음장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7년이 되었습니다.

7년 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던 것은 저 역시 그 배우와 그가 출연한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63세라는 때 이른 나이에 그가 죽은 이유에 대한 당시의 소문은 무성했습니다. 알코올 중독과 마약, 도박 등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인 양 보도되었습니다.

언제나 웃음과 감동을 주던 사람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 때문에 놀라거나 실망한 이들도 많았고, 진실을 떠나서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에겐 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죽음으로 내몬 진짜 원인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라는 퇴행성 뇌 질환이었습니다.

자신의 병명도 모른 채 고통받고 있었고, 인지 장애, 사지 떨림, 불안, 수면장애, 편집증, 환각, 망상에 시달렸지만 그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고, 치료법도 없는 최악의 치매가 로빈 윌리엄스의 뇌를 잠식한 것입니다.

나중에는 차라리 걷고 말하는 것조차 기적이었다고 합니다. 늘 낙천적이면서도 삶의 소중함과 두려움에 예민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대사를 외우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유머와 연기도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밤마다 망상에 시달려 사람들에게 엉뚱한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아내에게 “내 뇌를 재부팅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가 치매로 얼마나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는지를 알게 됩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아내에게 절규하듯 말했다던 "내 뇌를 재부팅 하고 싶다"라는 말이 어느 때 보다 깊이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나서 여전히 길어지고 있습니다.

피로감을 넘어서서 두려움과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이 위기이기도 하지만, 특히 신앙과 교회의 영역에서는 더 큰 영적인 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코로나라는 재앙은 우리 모두에게 영적인 재부팅을 요구하고 있음을 봅니다.

그동안 익숙하게 안주해왔던 낡은 것들을 깨고 새롭게 재부팅 할 영적인 시간입니다.

주일날에 교회에 나와야 한다는 기본적인 당위성조차도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예배를 맛본 이후로는 잊혀진 과거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지금 그동안 누려온 다양한 특권(?)들이 도전받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다가 가끔은 문제가 생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고 난감할 때 의외로 재부팅(booting)을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재부팅이란 시스템의 동작을 중지시키고 원래의 설정된 환경으로 재시동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사용자의 실수나 프로그램의 오류로 시스템이 정지하거나 시스템의 환경이 변경되었을 때 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난잡하게(?) 사용해왔던 기기들이 재부팅을 통해 원래의 시스템으로 회귀 되어 일시에 혼동이 해결되는 것처럼,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구원과 행복을 위한 본래의 모습에서 죄와 욕망과 탐욕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일그러지고 벗어나 있었던 우리들의 신앙과 삶의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재부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안에 기생하던 무익한 것들이 정리될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행복의 대로가 새롭게 열릴 것입니다.

하나님은 영적인 재부팅을 통하여 교회와 우리가 새로운 피조물이 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어두운 시간을 이기고 벗어나 눈으로 해를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어느 좋은 그 날’을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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