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계 여성 편견 실력으로 이겨내
장학사업과 직원 학비지원 등 나눔 실천

인천일호건축 대표 오주희 안수집사.
인천일호건축 대표 오주희 안수집사.

 “모든 건물은 의뢰자의 요청에 맞춰 설계되고 건축됩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꿈과 비전, 사람 향기가 나는 건물을 세우고 싶습니다.”

인천일호건축 대표 오주희 안수집사(엘림교회‧사진)는 인천지역 건축 분야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여성에게는 불모지라고 인식됐던 1990년대 건축업계에서 여성 건축기사로 당당히 인정을 받고 건축사 대표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오주희 대표는 “교수님께 소개받아서 이력서를 들고 갔는데 면전에서 ‘여자를 보냈다’며 불평하는 말을 들었을 때, 참. 씁쓸했었다”면서 “그때는 건축업계에서 여자는 무조건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던 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간신히 “3개월을 버티면 생각해보겠다”는 대표의 허락을 받은 오 대표는 악바리 정신으로 버텼다. 매일 제일 일찍 출근해 사무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저녁 늦게 야근을 자처하며 건축 도면을 익혔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내가 꼭 해 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건축기사가 되었다.

일도 녹록지 않았다. 설계도면을 직접 펜으로 그리던 때였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여성 건축기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그를 힘들게 했다. “어차피 결혼하면 그만둘 거면서 왜 열심히 하냐”, “애 낳으면 끝이다”,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는 등의 말이 비수가 되어 심장을 찔렀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노력했고, 건축사 대표가 되어 체력적인 한계와 여성으로 받아야 했던 갖은 편견들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은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의뢰자의 발과 손이 되어 고객의 요구에 딱 맞는 설계를 제안하고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점차 좋은 평가를 받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부천지역에서 최초의 여성 건축기사로 스카우트되었고 병원과 학교, 빌라 등 다양한 대형 건물을 설계하는 기회도 얻었다.

오주희 대표.
오주희 대표.

점차 건축기사로 인정받던 오 대표는 2002년 인천일호건축 대표로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됐다. 전 대표가 은퇴하면서 부대표로 일하던 그에게 대표 자리를 맡겼는데, 이때부터 몰랐던 경영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 대표는 “대표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사실 건축 경기가 안 좋을 때라서 잠시 고민했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표 자리를 수락했다”라며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분도 하나님이시니 앞으로도 책임져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의뢰가 쏟아졌다. 그의 성실함과 탁월한 능력을 알아본 건축회사에서 앞다퉈 일을 맡긴 것이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일호건축에서 된다고 하면 되고, 안된다고 하면 전국 어디를 가도 안 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정확한 일 처리와 꼼꼼한 설계로 정평이 났다. 오 대표가 설계에 관여한 주요 건물로는 인천 송도성당, 동두천중앙성모병원, 평창동 저택과 초등학교 등 분야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후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복지도 시작됐다. 가장 특별한 복지는 직원들 대학 등록금 지원이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하고 공업고등학교만 졸업한 직원들을 대학에 보내주는 것이다. 학기마다 등록금을 지원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오후 4시면 퇴근시켰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시킨 직원만 8명이나 된다. 이후 교회에도 장학헌금을 하며 더 많은 사람이 장학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섬기고 있다. 오 대표의 장학헌금이 마중물이 되어 엘림교회는 매 학기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오주희 대표의 꿈은 자신의 섬김을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건축이라는 달란트로 더욱 많은 사람들을 섬기고 싶은 것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복음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교회를 돕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그는 “여성 건축기사로 시작해서 실력을 인정받고 대표가 되어 많은 일을 감당하게 된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고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소외 이웃과 작은 교회를 위해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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