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기가 나를 심사하였습니다”

          박순영 목사
         (장충단교회)

베드로는 변화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위엄을 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 나라의 현존을 직접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체험보다 더 확실한 것, 곧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말씀을 “더 확실한 예언”이라며,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 올 때 홀로 새벽하늘에 빛나는 샛별처럼 예언의 말씀을 읽는 이도 “마음에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주의(몰두. 집중)하라!”라고 하였습니다(벧후 1:19).  

작은교회 목회자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내가 먹어온 나이와 목회의 세월만큼 어둡고 희미해진 자신의 내면에 가슴이 시리도록 맑게 빛나는 샛별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슴이 설레는 첫사랑이 이들의 글에 있었고 지표 밑에 감추어진 용암처럼 분출하려는 뜨거움이, 작지만 비교할 수 없이 큰 이들을. 개척, 농어촌, 외국인, 어린이, 노인, 도서관, 길, 음악회, 건물, 밥 등의 다양한 사역이 아니라 오직 예수, 오직 십자가, 오직 사랑, 복음의 본질에 목숨을 건 사명을 읽었습니다.

심사위원 모두 하나같이 지난날 나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가장 아프고 쓰린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내가 약할 때 강하게 하시며 외로울 때 내 곁에 계신 주님을 다시 뵐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한국성결신문사가 본교회의 후원으로 개최하는 ‘작은교회 목회수기 공모전’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더욱 다양한 목회적 시도와 열정이 담긴 그리고, 문학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주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지역사회의 요청에 응답하면서 성결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정체성과 사명의 길을 굳게 지키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단 국내선교위원회에서는 매년 응모된 수기를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모아 「길을 내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판하여 배포하였습니다.

바울 사도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고전 9:22)’이 되고자 한 것은 다만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는 것이었다고 하였습니다.

필자가 포병으로 군 복무를 하던 중, 최전방 보병부대의 참호건설 작업의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보병은 땅을 파고 우리는 참호 벽을 만들기 위한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베어다 주는 것인데 작업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벌목 작업은 난이도가 높아졌습니다.

지원부대를 책임진 내가 보병 소대장에게 길이 없어 나무를 베려고 접근하기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우리를 따라오라며 “보병이 가면 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목회 사역의 대상과 방법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시는 그리스도의 길을, 그리고 길을 찾는 이들에게 그분께로 가는 길을 예배하는 그분들을 가리켜 ‘길을 내는 사람’이라 한 제목은 너무도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외로운 섬, 답답한 산골에서, 짠 내 나는 바닷가에서. 소외된 이들과 일상을 함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내 한 몸 주체하기도 어려운 질병과 동거하면서, 경제적 결핍과 사회적 냉대와 맞서야 하는 개척의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서 오직 십자가 사랑에 매여 주님과 동행하는 이들이 있어 도시교회가 성장하고 한국교회가 역사를 이어가며 세계선교의 도전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목회 수기를 읽는 것이 아니고 목회 수기가 나를 읽고 있음을, 신실한 사역의 길에 서 있는 이들의 모습에 흐뭇해 웃다가는 이내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치면서 작은교회 목회수기가 나의 목회를 심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동역자들의 목회에 대해 감히 ‘평(評)’이란 말로 이런저런 말을 쓰기가 부끄러워 ‘소감(所感)’이라 하였습니다. 그분들에게 임마누엘의 은총이, 섬기는 교회에 사랑과 성령의 은사가 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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