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무 목사(전 본지 주필)

주여 오시옵소서! 김기삼은 구치감으로 옮겼다. 구치감은 경찰서 유치장보다는 고요하고 깨끗하여 성경 읽고 기도와 명상의 자유가 있었다.

다다미 두 장 까는 방에 물도 자유롭게 쓰고 햇볕도 잘 들었다. 이발 목욕도 시켜줬다. 그런데 이발소에 갔을 때 사카다 목사를 만나 서로 문안하다가 지옥 사자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구치감은 미결수의 감방이라 매일 운동도 시키고  돈이 있으면 사식과 기타 음식물도 살 수 있었다. 보통은 한 공기 정도의 3등 밥을 주는데 인단 봉지를 만들면 4등 밥을 준다.

그래서 인단 봉지 작업을 하다가 인단 봉지 만드는 일도, 목욕도 이발도 중단하고 성경 읽고 기도하며 명상에 잠기며 지냈다. 그리고 매일 밤 꿈의 세계에서 지냈다.

“주여 오시옵소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나를/ 주께서 오시면 저 원수들을…/ 주께서 오신다./ 이 썩어질 육체가 영화 될 날을/ 그날을…” 재림, 휴거, 구원, 위로, 하나님 나라의 영광에 몰입되어 주님과의 동거하는 기쁨으로 나의 영은 날로 새로워진다.

오랜만에 검사국에 불려가느라 수갑을 차고 용수를 쓰고 나갔다. 담당 검사는 요시다(吉田)라는 30대 미만의 젊은 법관이었다. 그는 사무적인 문답을 한 후 이렇게 결론을 짓는다.

“당신이 속해있는 성결파의 그리스도 재림신앙을 나는 이해하고 있소. 종말론에서 그리스도의 재림신앙의 표준이 교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것이 기독교의 표준이 되는 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기독교 전반에 걸친 문제일 것이오. 그런데 왜 하필 성결파만 문제 삼아 기소하느냐 하면 그리스도 재림신앙을 너무 고식적으로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노골적으로 단순하게 열열하게 고조한 까닭이요. 당신들의 재림신앙은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단순하고도 순진한 정성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를 제패하려는 시오니즘의 정치사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들이 과거에 받던 선교비에는 시오니즘의 정치자금이 섞여 있다. 시오니즘의 운동은 대동아 맹주가 되어 팔굉일우(八宏一宇 )의 큰 이상을 실현하려는 일본의 정신과 대치적인 동시에 대동아전쟁(大東亞戰爭)은 이 두 사상의 대결인 것임을 인식을 해야 한다. 그리스도 재림문제는 당신들에게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린 위급한 전국(戰局)에 있어서 국가의 치안 유지를 위해 기소하는 것이니 그렇게 알아야 한다."

법관 요시다는 설명을 마치고, “김 목사, 이것으로 예심을 종결하겠소. 당신의 조서에 의하면 앞으로 3, 4개월 동안 걸려 심문하겠지만, 제1차 검거한 사람들은 이미 공판이 끝났는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 같은 사건을 길게 끌 것이 무엇 있겠소. 공판 날은 다시 알릴 터이니 돌아가시오”라고 말했다.

이때 B29 폭격기가 까마귀 떼처럼 날아와 밤낮 폭격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폭격으로 동경역과 마루노우찌(丸之內)와 간다(神田) 일대가 소실되었다는 소식이 있는가 하면 나고야(名古屋) 3분의 1이 타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4월 17일 요시다 검사는 나에게 3년 징역을 구형했다. 4월 28일에는 예심 판사로부터 징역 3년에 5년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4월 30일에 구치감에서 석방되었다. 폭탄 세례가 이 공판을 촉진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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