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과 배경을 뛰어넘은 갈렙

     하도균 교수       (서울신대)
     하도균 교수             (서울신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갈렙은 믿음의 유산을 이어가는 가문에서 태어난 자가 아니었습니다.

갈렙은 정통한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에돔 사람이었습니다. 성경에 “그니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니스 사람’은 뿌리를 추적해 가면 야곱이 아니라, 에서와 연결점이 있습니다. 에서는 야곱의 형으로서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판 자이며, 결국 야곱에게 장자권을 빼앗긴 자였습니다.

이 일로 에서와 야곱은 서로 갈라서게 되지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야곱과 재회한 뒤에는 가족을 이끌고 세일 산으로 거처를 옮깁니다.(창 36:6~8) 그곳에서 에서의 후손 에돔은 큰 민족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에돔 인들은 성경 곳곳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괴롭히는 족속으로 나옵니다. 먼저는 이스라엘이 광야를 통과할 때 못 가게 막았습니다.(민 20:14~8) 페르시아에서 유대인 왕후 에스더를 괴롭힌 하만도 에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께서 태어나셨을 때 2세 미만의 어린아이를 학살한 악명 높은 헤롯 대왕도 에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보자면 갈렙은 이스라엘의 정통한 자가 아니었습니다. 뼈대 있는 유다 지파의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고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뒤 이스라엘에 들어와 정통한 이스라엘 사람이 된 것이지요.

믿음의 정탐 후, 왜 광야의 40년이?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가나안 땅을 정탐한 후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한 정탐군은 여호수아와 갈렙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이스라엘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광야 40년을 함께 훈련받아야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왜 광야의 40년이 필요했을까요? 아마도 하나님의 또 다른 계획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먼저 훈련시키십니다.

갈렙에게도 동일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갈렙은 젊어서 가나안 땅을 차지하지는 못하였지만, 광야 40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과 광야에서 보여주신 일들로 인하여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믿음이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도, 85세가 되었어도, 정신적으로 늙지 않은 것입니다.  

갈렙이 하나님 일을 꿈꾸었던 원동력

갈렙이 평생을 하나님의 편에서 서서 일하며, 난공불락과 같은 헤브론 산지를 보면서 하나님의 일을 꿈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여호수아 14장 8절에 나와 있습니다.

“나와 함께 올라갔던 내 형제들은 백성의 간담을 녹게 하였으나, 나는 내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으므로” 현대인의 성경으로 보면 “내가 나의 여호와 하나님을 전적으로 따랐으므로”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번역본에는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따랐다”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마음을 다하여 따랐다” 그리고 “전적으로 따랐다”는 히브리어 원형으로 ‘말레티’라는 단어입니다. 그 의미는 “가득 채워졌다”라는 뜻입니다. 본인의 의지를 모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가득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갈렙의 마음에는 이미 가나안 땅을 정탐할 때부터 하나님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민수기 14장 24절에 보면 “그러나 내 종 갈렙은 그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 나를 온전히 따랐은 즉 그가 갔던 땅으로 내가 그를 인도하여 들이리니 그의 자손이 그 땅을 차지하리라”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갈렙이 하나님을 온전히 따랐던 이유를, “그의 마음이 그들과 달라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루하흐’라는 하나님의 영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Another Spirit”이라고 표기하였지요. 갈렙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못한 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실체는 ‘하나님의 영’, 즉 ‘성령’이었고, 그것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내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영이 마음속에 주장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따를 수 있습니다. 온전히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85세가 되었지만, 하나님이 모세를 통하여 주신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꿈을 꾸는 것이지요!

우리도 갈렙처럼

갈렙도 알고 있었습니다. 헤브론 산지가 높고 크며 견고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곳에 거주하는 아낙 자손들은 모두 거인족이었기에 인간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인간적으로는 두려움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렙은 하나님의 분명한 의지가 있는 일이라면 지금까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 어려움을 뚫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갈렙은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우리를 힘들게 하는 팬데믹 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신앙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갈렙처럼 ‘하나님의 영’으로 가득 채워져서, 즉,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Another Spirit’을 가지고, 아무도 꿈꿀 수 없는 하나님의 일을 꿈꾸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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