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큰 장로교회에서 연합행사 모임이 있었다. 늘 하던 대로 교회 입구 안내석을 둘러보았다.
각종 신앙정보물이 잘 정리돼 있었다. 주보에 나온 교회헌금자의 명단을 보면서 여느 교회와 다른 점을 발견하였다.
보통 교회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십일조 등 헌금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었다.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교인이 수천 명이 되는 큰 교회니까 주일날 헌금 계산이 쉽지 않으니 계좌헌금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교인들의 요구가 있었을까. 담임목사나 당회원들이 모바일시대에 적응해서 일까.
십일조는 그렇더라도 기타 여러 종류의 헌금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리 교단 내에서도 계좌헌금을 하고 있는 교회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평생 봉투헌금만을 해 온 필자에게는 작은 혼란이었다.
신앙은 보수라고 하지만 교회행정이 변화시대에 따라 진보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감염이 언제 숙질지 종잡을 수 없다. 교회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예배 출석 교인수가 50%를 맴돈다.
주일 낮 예배만 드리고 바쁘게 귀가하다보니 교인간의 교제는커녕 안부도 잘 묻지 못한다. 이런 관계가 1년 넘게 유지되고 있으니 교회의 손실(loss)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회헌금 문제를 보자. 출석성도들이 줄어들어 재정수입이 영 엉망이다.
교회 불출석자의 헌금 기대는 더 어렵게 되었다. 교회예배를 못 보고 온라인 예배를 볼 때였다. 담임목사가 온라인 설교를 하면서 광고 때 계좌헌금을 안내하였다.
모바일 이용자인 필자에게도 생소하게 들렸는데 교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효과가 얼만지 측정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성도들에게 교회헌금을 온라인 계좌헌금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 것이다. 현대인은 헌금을 강요하는 교회에 좋은 감정을 갖지 않는다.
목사들도 그런 것을 알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지금 시대는 완전 모바일 시대로 가고 있다. 현금을 휴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의 의식이 변하는데 교회헌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봉투에 넣어서 하라고 하면 신앙인들도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에는 성도의 마음과 신앙의 무게가 실려 있으므로 온라인 헌금이든 봉투헌금이든 그 선택은 성도 자신이 하면 되는 것이다.
십일조나 월정헌금은 가능하면 온라인 계좌헌금으로 권유하는 것이 교회나 교인에게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다.
온라인헌금 정착을 위해 교단차원에서 제도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다. 신앙은 제도나 관습에 매이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학습된 성도의 헌금방법을 계좌헌금으로 바꾸려고 하면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도 있다.
교회가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는것이 아니라 변화시대에 대응하는 성도들의 자세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로나로 인해 신앙의 룰이 흐트러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 중 하나가 교회출석을 강조하지 않으니 헌금에도 게으름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교회운영의 첫 걸음은 성도들이 교회헌금에 대한 확고한 의무의식을 갖게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교회는 교인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계좌헌금 위주, 봉투헌금 부수로 헌금체제를 바꾸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