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신앙교육 중요…온·오프라인 사역 균형 잡아야
발달단계 따른 신앙교육 전략 필요성 강조
학생 스스로의 신앙 생활화 방안 제시도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코로나 이후 교회학교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199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성장 정체 또는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다. 교회학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자연스러운 교회 내 학생 수 감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인구감소율보다 더 큰 교회 내 학생 수 감소 현상은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되었다. 비관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이후 교회학교가 다시 1970년대와 1980년대처럼 수적으로 부흥할 수 있는 여지는 희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교회학교의 희망을 말하고 싶다. 교회학교의 목적이 본래 ‘숫자’에 있지 않고 ‘사람’에 있기 때문이다. 성경이 말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신앙 성장의 도달점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는 것”(엡 4:13~14)이라면 신앙교육을 담당하는 교회교육의 역할은 ‘한 개인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즉, 교회교육은 한 개인의 변화와 성숙을 위한 봉사의 사역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사역이다.
코로나 사태로 거의 모든 교회학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교회에서 모일 수 없었기에 대면 예배와 성경 공부, 각종 모임 및 활동 시간을 갖기 어려웠고, 신앙교육의 또 다른 축으로 여겨오던 성경학교와 수련회도 간소화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 되었다. 많은 사역자와 교사들은 코로나 사태 초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앙교육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신앙교육은 ‘주일 오전에만 교회에서 예배를 통해’ 행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존의 익숙했던 방식들이 더는 작동하지 않자 혼란의 순간이 찾아 왔다.
부서 주일 예배의 중요성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신앙교육이 주일 오전 교회에서 신앙교육 전문가라고 여겨지는 사역자와 교사들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인지를 이번 기회에 제고해 보자는 것이다.
가정신앙교육의 회복
다행스러운 것은 교회에서의 신앙교육이 제한되자 가정신앙교육에 대한 강조가 강하게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가정은 본래 성경과 기독교 역사 가운데 중요한 신앙교육의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차 산업혁명 이후 교회에서의 신앙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덜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가정신앙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새롭게 끄집어낸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자녀가 교회에 머무는 시간보다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고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가정과 부모의 영향력을 소홀히 다룰 수 없다.
초기 한국성결교회 교육과정을 소개하는 활천(活川)의 기사 속에서 발견한 부모의 신앙교육 참여 독려는 매우 인상적이다. “본 주일학교 독본(공과)은 각 주일학교 초등반 제1년급 표준이오니 각 주일학교 교사는 물론이거니와 초등반 학생은 다 일제히 사도록 하시고 또는 주일학교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부모 되신 어른들은 반드시 사서 좌우에 두시고 아동들에게 더욱 자세히 증명하여 주시면 종교(신앙)교육상 아들들에게 다대한(큰) 감화가 있을 줄로 믿습니다.”(활천, 1919년 2월)
초기 성결교회 역사에서도 강조되었던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신앙교육의 강조가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자녀의 발달단계에 맞는 가정신앙교육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가정을 신앙교육의 현장으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온·오프라인의 조화 이룬 플랫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에 접어들자 온라인 사역은 교회의 필수사역으로 정착되었다. 이를 위해 사역자들은 온라인 매체 활용 및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코로나가 끝나면 사역자 대부분은 유튜버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음향과 영상장비 같은 첨단 기술의 사용에는 대체로 호의적이었지만 컨텐츠 개발과 온라인 플렛폼 사용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교회들이 유튜브나 줌(zoom), SNS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소통의 창구로 적극 활용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신앙교육 컨텐츠 개발에 대한 관심도 증폭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신앙교육의 창구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며, 교회는 향후 온라인을 새로운 신앙교육환경으로 인식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조화를 이룬 사역 플렛폼을 구축하여 활용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겨 주었다.
온라인 사역은 많은 장점을 가진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사역을 제공할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온라인 사역을 적극 활용하면서 오프라인 사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회교육의 효과성이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 자라온 다음세대는 온라인 환경 적응에 어떤 어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신앙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 가운데는 온라인 활용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이런 부담을 가지고 계신 교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분이 있다.
필자가 사역하던 교회에 일흔이 다 되신 중등부 선생님이 계셨다. 이 분이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카카오톡을 깔고 사용법을 배우셨는데 그 목적이 반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어른 세대들은 주로 폴더폰을 사용하시던 때라 그분의 노력에 부서 교사들과 함께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 권사님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선택의 동기는 순종과 사랑이었다.
이러한 성육신적 태도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역자와 교사들에게 필요하다. 인간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을 선택하셨다면 우리는 다음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온라인이라는 다소 낯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더라도 학생을 사랑한다면 배움이라는 고단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방법을 익히는 것이 섬김과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사각지대를 돌보자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예배 및 모임에 참석하는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대면으로 모일 때도 부모가 교회에 다니지 않고 홀로 교회에 나오는 학생들은 보기 어려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익숙해져서 코로나 이후에 교회로 돌아오지 않을까, 교회에 그리스도인 부모를 둔 자녀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회학교 사역자와 교사는 장기간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역자와 교사들은 교회 안에도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교회에 잘 나오는 학생들 가운데도 많은 학생들이 습관적이고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한다. 그나마 유일한 신앙행위였던 주일예배 출석이 사라졌으니 신앙과 삶의 괴리도 더 커졌을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신앙을 정립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주일과 주중에 온·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여 말씀 묵상 및 나눔, 토론식 성경공부, 제자 훈련 등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인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신앙 본질로의 회복 노력 요구돼
교회학교의 회복은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이 아니라 본질로서 회복이어야 한다. 신앙교육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회학교는 가정과 협력해야 하며 온라인을 사역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 한 해 대면으로 모이기 어려워 소홀해 진 공동체성 회복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교육학자인 엘리스 넬슨은 “회중(교회)이 교사다.”라고 말했다. 교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신앙 경험을 통해 우리의 다음세대가 성결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해 내일의 성결교회와 한국교회를 이어가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길 기도하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