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는 교회를 넘어, 흩어지는 교회로

올해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다. 예배당에 모이기에 힘써왔던 성도들은 집에서 드리는 온라인 예배에 적응해야 했고 교회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방역과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가 계속되고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어떤 목회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교회성장학 전문가 최동규 교수는 내년 목회 트렌드로 ‘한 영혼 중심 목회’, ‘생활 영성 강화’, ‘선교적 본질 회복’ 등을 제시했다.

최동규 교수.
최동규 교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2021년 새해에 가장 주목 받는 목회 트렌드는 아마도 코로나19 사태로 생겨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곧 백신이 개발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코로나19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가급적이면 집에 머무는 것,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어 홀로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만나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비대면 방식일지라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2020년을 지나오면서 이미 많은 목회자들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적응했겠지만 이 상황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좀 더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단순히 예배를 영상으로 송출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신앙생활은 예배를 드리는 것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따라서 이 모든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목회자부터 이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한다. 밴드나 단톡방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영상으로 예배를 드린 뒤 설교를 요약하고 말씀을 통해 받은 은혜와 결심한 내용을 정리해서 단톡방이나 밴드에서 나누거나 성경 앱을 활용하여 성경을 읽고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성도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를 추천해 주고 독후감을 온라인에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 중심의 목회
두 번째 트렌드는 사람 중심의 목회다. 코로나19 사태가 목회 환경에 몰고 온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모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은 목회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제는 목회를 건물 중심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것은 지금까지 목회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성경적인 목회관을 회복하는 것과 상관이 있는데, 코로나 상황은 건물 중심의 목회를 벗어나 사람 중심의 목회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회는 세상 가운데서 부르심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 받은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회적 관점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빠르게 세력을 확대했던 양적 팽창기(1960년대~1980년대) 이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는 근대주의의 부정적 요소들이 한국사회에 작용했던 압축적 근대화의 시기와 맞물린다. 양적 성장, 대형화, 개교회주의, 건물 중심의 교회, 프로그램 위주의 목회가 양날의 검처럼 작용했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포스트모던 문화에 익숙한 오늘의 사람들은 형식적이거나 자신이 다른 것에 도구화된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본질적이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교회를 원한다. 어쩌면 과거보다 더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이제 더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믿고 헌신한다. 이런 문화적 풍토는 기존 교단과 교회의 체계를 서서히 붕괴시키고 새로운 방식의 교회와 신앙생활을 활성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집단주의 목회로부터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목회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목회의 성공은 늘 양적인 관점에서 평가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목회자들에게 목회를 집단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그러나 인간의 자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지금 개인의 가치가 집단주의에 매몰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각 사람마다 군중으로부터 떨어져 홀로 있어야 하는 코로나 상황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들은 개인의 인격과 삶을 무시한 채 숫자와 통계로 평가되는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성경적인 목회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해체된 건물 중심의 교회 개념은 모이는 교회를 넘어 흩어지는 교회 개념이 부상하도록 만든다. 지금까지는 모이는 교회를 주로 강조해 왔다. 예배로 모이고, 부서로 모이고, 소그룹으로 모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세상 가운데 흩어진 교회로 살아가는 개념을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흩어진 곳이 어디인가? 가정, 일터, 이웃, 일상생활이다. 신자들은 그곳에서 교회로 살아야 한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백성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 강조될 교회론의 포인트가 이것이다.

생활 영성
세 번째로 다가오는 새해의 목회 트렌드는 생활 영성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교회를 다녔다.’ 이 말은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공간에 국한해서 신앙생활을 이해하는 경향을 반영한다. 정해진 시간은 주로 주일이고, 정해진 공간은 예배당 건물이 있는 곳을 말한다. 어쩌면 이런 이원적인 도식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도피처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의 신앙생활이 그 시간을 벗어난 때와 그 공간을 벗어난 곳에서의 신앙생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를 찾는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졌다. 신앙으로부터 분명한 의미를 얻기를 원하고 진정한 기독교 신앙을 추구한다. 신앙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그야말로 ‘급진적’(radical)이다. 이런 의식과 자세는 그동안 목회자에게 의존했던 신앙을 스스로 책임지는 신앙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전에는 그저 교회로서의 예배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주일날 목사의 설교를 듣는 것을 신앙생활의 기본적인 동력으로 삼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는 그런 방식이 작용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놓고 있다. 신자들은 집과 일터에서 스스로 성경을 읽고 기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느끼고 체험하려고 한다. 신학적 관점에서 이런 경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미 마틴 루터에 의해 주창된 바와 같이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성직자들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 직접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는다. 신자들은 무조건 교회에 충성하지 않는다. 교회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충분히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동의하거나 헌신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성
네 번째로 새겨두어야 할 목회 트렌드는 공동체성이다. 이것은 교회의 본질적 요소 가운데 하나로 한국교회가 빠르게 성장했던 양적 팽창기에 잃어버린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적 관점에서 양적 성장을 추구했던 과거의 목회 패턴은 시간이 갈수록 의문시되고 있다. “교회가 커질수록 서로 알지 못하고 삶을 나누지 못하는 이 집단이 과연 교회인가?” 목회자들은 교회를 향해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본래 공동체적이다. 영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Church) 운동에서도 이런 경향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교회를 세우려는 사람들은 교회의 사이즈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동체성이다.

왜냐하면 공동체성이야말로 교회다움을 드러내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공동체성이 확보된다고 믿는다. 서구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디너 처치’(Dinner Church)는 그중의 한 모델이다. 그들은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교회다움을 체험하고 구현하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의 코로나 사태는 이 공동체성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고립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보석은 진흙 속에서도 빛나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일 수 없는 환경에서 교회의 공동체성은 더욱 그 가치를 발할 것이다.

선교하는 교회
마지막으로 언급할 목회 트렌드는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교회가 선교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되어왔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드러내는 것에 관한 관심이다.

이것은 단순히 교회가 대외적으로 행하는 선교 활동보다 더 깊은 차원을 가리킨다. 어쩌면 교회의 내적인 성품으로부터 나오는 선교적인 모습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목회자의 성공이나 교회의 세력 과시를 위한 시혜적 선교 행위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선교,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신 사건 곧 성육신적 선교가 필요하다. 교회의 정체성은 세상에 대하여 이중적이다. 교회는 세상과 구분되어야 하며, 동시에 세상과 연결되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과 뚜렷하게 다름을 보여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세상과 하나된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초대교회는 박해를 받는 상황에서도 로마제국을 복음으로 변화시켰다. 죽음을 불러오는 전염병이 로마제국에 창궐했을 때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슬픔을 당한 사람들에게 천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환대의 정신으로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다가 자신이 병에 걸리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심지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뚜렷하게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성육신적 선교가 각 지역에서 펼쳐질 때 복음은 더욱 생명력 있게 역사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