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전 1:1~2)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은 모두 평생 남의 땅에서 살았습니다. 떠돌이로 거류하던 그들에게 약속의 땅 가나안도 최종의 목적지는 아니었습니다. 저들이 소망하던 곳은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 곧 하늘에 있는 영원한 성 ‘새 예루살렘’입니다. 우리는 본향을 향해 여행을 떠난 나그네입니다.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을 머무는 순례자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그의 서신을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나그네에게 보냅니다. 언약의 백성인 이스라엘은 조상들처럼 여전히 나그네였습니다. 전에는 이방인이었으나 하나님의 친 백성이 된 그리스도인들 역시 나그네 이스라엘처럼 여러 민족 가운데 흩어져 살았습니다.

주의 동생 야고보는 그의 서신을 열두 지파에게 보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내진 그의 편지는 수신자들을 흩어진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사도시대의 교회는 모두 흩어진 나그네였습니다.

신명기 28장은 축복과 저주를 선포합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들에게는 악한 대적이 한 길로 치러 왔다가도 일곱 길로 도망하지만,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이들은 적군을 치러 한 길로 나가서 일곱 길로 패퇴하여 흩어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땅의 모든 나라 중에 흩어져 각종 질병과 감염병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불순종한 이스라엘은 머나먼 바벨론으로 붙잡혀갔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알렉산드리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습니다. 광활한 로마제국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흩어진 자들을 성경은 ‘디아스포라’라고 부릅니다. 흔히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모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바로 디아스포라입니다. 믿는 자들은 이 땅에서 흩어진 나그네와 같이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흩으십니다. 죄 가운데 불순종한 자녀들을 흩으셔서 불 가운데 지나게 하시며, 다시 정결케 하십니다. 한 곳에 눌러앉아 높다란 성을 쌓고 혼자만 배부른 자들을 흩으셔서 가난한 나그네가 되게 하십니다.

디아스포라는 씨를 사방에 뿌린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복음의 씨를 뿌리기 위해 우리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흩어진 나그네로 보내십니다. 큰 박해와 핍박 속에 예루살렘 교회는 흩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교의 붉은 선혈이 땅끝까지 흘러갔습니다. 주의 제자들은 성령의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을 넘어 유대의 전역으로 그리고 천대받던 사마리아와 땅끝으로 흩어져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속사도 시대에 이르기까지 처음 교회는 흩어진 나그네요 순교자였습니다. 

흩어진 나그네는 선택을 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미리 아심과 예수님의 피뿌림과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을 따라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의에 순종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흩어진 그곳에서 잠시 머물던 그들의 삶이 곧 성전이고 예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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