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낙태 관련 법률 개정안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낙태죄는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에는 낙태를 할 수도 있게 했다. 

이른바 ‘여성의 자기 결정권’ 이유에서다. 여성이 원하면 조건 없이 낙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임신 15~24주 이내에는 법이 정한 사회·경제적 사유를 비롯한 4가지 사유에 해당할 경우 낙태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낙태가 임신 12주 이내에 행해지고 있고, 24주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관련 기관의 낙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균 낙태 시기는 95% 이상이 12주 이하로 드러난다. 14주 규정 자체가 별로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다. 낙태 사유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건 더 문제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낙태를 생각하는 임신부들에게 낙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상담만 받고 낙태 시술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사회 통념상 납득할 수 없는 법안이다.

물론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 결정권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낙태에 대한 합법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안 그래도 악화하고 있는 생명 경시 풍조가 더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제한적 낙태를 허용한 것은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에서 정치적 저울질만 하다가 생명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생명에 관한 것은 정치적 고려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양측의 눈치를 보느라 애매모호하게 법률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적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어떤 권리도 생명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눈에 보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배 속에 있든 똑같은 생명이다. 여성이 어떤 결정권, 어떤 자유를 주장해도 그것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될 순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명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한기채 총회장도 10월 21일 목회서신을 통해 “생명을 거스르는 모든 것은 악이다”라며 낙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 총회장은 “누구에게도 살릴 의무는 있어도 죽일 권리는 없다. 생명의 주권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라고 분명히 했다. 

물질만능주의, 인간중심의 가치관이 하나님이 창조 세계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의 정신을 실천하는데 특히 앞장서야 한다.

이 땅에 생명의 문화가 충만해지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 우리 성결인이 생명 경시 풍조를 물리치고, 생명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자.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고, 하나님이 생명의 저자이시고, 우리는 생명의 청지기이기 때문이다.

한기채 총회장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은 모든 생명의 지킴이다”며 “생태학적 죄를 회개하며,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서로 섬기며 양육하고 돌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인간중심에서 하나님의 중심으로, 물질적 가치관에서 생명적 가치관으로, 이기적 사고에서 공동선 존중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한 총회장의 선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교회와 신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낙태 금지법이다. 이런 제어 장치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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