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7)

인생의 본질은 흙입니다. 찰나와 같은 생을 살다가 속절없이 땅의 티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인생은 흙일 수만은 없습니다.

흙은 흙일지라도 그보다는 나은 다른 의미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너무나 덧없고 헛되고 가련합니다. 무엇인가 흙이라는 인생의 본질과는 다른, 땅에 속하지 않은 하늘에 속한 기원을 찾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땅의 흙으로만은 설명이 되지 않는 인생의 또 다른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는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었습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속에 그려진 인간의 자화상은 흙 속에 떨어진 신의 눈물이나 핏방울로 그 존재의 이원성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성경의 계시는 알지 못했지만, 하나님의 실재는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아니 어쩌면 경건한 셈의 후손들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생명과학은 인생의 설계도를 DNA로 설명합니다. 생명체의 비밀을 흙과 같은 물질 즉 유전자의 화학적 반응들로 풀어냅니다. 성경은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더 가르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신 후, 그 속에 하나님의 숨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숨이 있기 전 사람은 그저 흙덩이에 불과했으나, 흙 속에 하나님의 숨이 깃들면서 사람에게 생명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생명은 참으로 고귀합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숨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존귀하고 동등한 이유는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흙과 같은 인간의 삶에는 그러므로 하나님의 숨결이 흘러야 합니다. 그래야만 흙먼지가 날리지 않고 생명이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숨이 죽은 인생은 바람에 흩날리는 티끌과 같습니다. 마천루 바벨탑은 결국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이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그런데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깨닫습니다. 고대의 지혜자를 기억합니다. 그는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 내게 생명의 숨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외쳤습니다. 

인생은 흙으로 지은 숨의 터입니다. 하나님의 생명이 숨 쉬는 숨터입니다. 이 온 우주를 하나님의 숨으로 뛰놀고 용솟음치며 생명 빛으로 가득 물들이는 하나님이 낳으신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생물에는 이와 같은 숨이 약동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오직 우리 사람에게만 진흙투성이가 된 하나님의 손길을 그려줍니다. 오직 사람에게만 그 코에 숨을 불어 넣어주시느라 헐떡이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참으로 놀랍고도 황망한 특별한 존재입니다. 

흙으로 빚은 질그릇 같은 우리 인생은 보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이 떠들썩하고 어깨가 아무리 으쓱해도 만일 내 안에 나만 가득 차 있다면, 결국은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어질 것입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찾아 주지 않아도 내 안에 하나님의 숨결이 벅차게 흐르고 있다면, 나는 오늘도 생명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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