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음악평론가
 정병욱 음악평론가

코로나19로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지금,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현대사에 전례 없는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들이 앞서 2018, 2019년 빌보드 HOT200(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에 이어 최근 HOT100(곡 차트)에서 한국 가수로서는 첫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 대중음악계가 주목하는 빌보드, 그것도 음악의 순위를 객관적으로 줄 세울 때 가장 오랜 역사와 의미를 지닌 차트라고 할 수 있는 HOT100에서 거둔 성과로, 올해 초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거둔 4관왕의 영예와 비견할 만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는, 아니 미국은 왜 갑자기 한국의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높게 평가하게 됐을까?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 이후 사람들은 앞 다투어 감독 봉준호를 집중 조명했고, 그의 삶을 마치 위인처럼 다룬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BTS가 약 5.5조의 국내총생산 창출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들의 성공 비결은 문화, 예술 분야를 넘어 학술, 경제 및 각종 타 분야 전문가들도 궁금해 하는 만인의 질문이 되었다.

허나 그와 반대로 날이 갈수록 교회가 마치 세상의 적이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은 현실은 한 사람의 신앙인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커다란 슬픔과 좌절마저 느끼게 한다. 교회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BTS의 사례를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까닭이다.

BTS가 미국에서 거둔 성공의 비결은 음악이나 회사의 전략 등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인정하고 언급하는 이들의 가장 특별한 점은 트렌디한 음악이나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회사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아닌 BTS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이미지와 가사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돈과 폭력, 약물 등 온갖 자극적이고 허황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미국 팝 시장에서 BTS가 우직하게 노래에 담아 전달하는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와 건전한 주제 의식은 미국인들에게 뜻밖에 참신한 것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이는 높은 확장성을 지니고 자식과 부모 세대를 아울러 많은 공감을 주었다.

한편 BTS의 해외 시장 진출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공고한 인종적, 문화적 장벽에 점차 균열이 가고 있다는 사실은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미국 인구 비율의 18.5%(2020년 6월 기준) 가량을 차지하면서도 그동안 문화적으로 흑인(13.4%)보다 더 비주류에 가까웠던 히스패닉이 중심이 되어 라틴 팝 열풍을 일으켰고, 급기야 2019년 히트곡 ‘Despacito’는 전 세계 유튜브 조회 수 역대 1위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자연히 아시아인과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국경을 넘어 똘똘 뭉친 BTS의 공식 팬클럽 A.R.M.Y의 주체적이고 혁신적인 가수 지지와 활약은 이미 타오른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며 문득 반문하게 되었다. 2020년, 과연 나는 성결인으로서 성결의 삶을 살고 있나?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모임으로서 세상에 건전하고 건강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는가?

일찍이 유대인과 이방인, 부자와 가난한 자, 세리와 어부 사이 장벽을 허물었던 교회가 이 시대에 또 다른 마음의 장벽을 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성도의 특정한 모임이나 교제가 때때로 일부 폐쇄적인 형태나 사례로 오해를 받아 복음 전파에 방해된 부분은 없을까?

물론 우리 주변의 무수히 많은 일상의 조각 가운데 BTS의 사례를 되짚는 것, 이로써 나를 돌아보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세속적인 성공을 부러워하거나 그에 타협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성경으로부터, 예수님의 말씀으로부터 배웠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잠시 잊었던 것을 모처럼 다른 관점을 통해 돌이키려는 것에 가깝다. 

로마가 유럽 전역을 지배하고 있던 과거에도, BTS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예수님의 지상 명령 아래 같은 시대를 산다. 사도행전 1장 8절에 전하신 ‘땅끝까지’ 이르는 예수님의 진정한 ‘증인’ 되는 길은 절대 단순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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