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지키다 처참한 죽음 맞고도 ‘용서’
6.25때 윤임례 집사 등 성도 23명 순교
전주지방70주년기념사업회 순교정신 기려
교단 순교신앙의 상징인 두암교회(홍용휘 목사)는 정읍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시골마을 전북 정읍시 소성면 애당리에 위치해 있다. 가을이면 교회를 둘러싼 산과 들에 단풍이 내려앉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데, 이 아름다운 교회에는 핏빛 순교의 역사가 잠들어 있다.
개척 초기부터 부흥한 두암교회
두암교회는 김용은 전도사가 집사 시절 1947년 1월 어머니 윤임례 집사와 이웃사촌들끼리 모여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김용은 전도사와 가족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교회는 금세 부흥했다. 많은 마을 사람들을 전도해 예수 믿는 신자들이 계속 늘어났다. 홍용휘 목사는 “당시 김용은 전도사와 그의 모친 윤임례 집사가 열심히 심방하고 헌신적으로 봉사해 두암교회는 날로 부흥했고, 개척된지 얼마 안되어 주일학교와 학생회, 장년부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6.25 직전 공산당 핍박 시작돼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두암교회는 6.25전쟁 전부터 공산주의자들에게 핍박을 받기 시작했다. 1949년 임동선 전도사를 초청해 부흥회를 열었는데 설교에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아 공산당의 주의를 끌게 됐다. 당시 한적한 시골마을에 침투해 주도권을 잡고 있던 공산주의자들은 두암교회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는데, 김용은 전도사도 공산주의를 비판하며 주민들에게 공산당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다보니 더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공산당들은 수시로 김 전도사와 가족, 교인들을 위협하면서 예배를 방해했다. 그러나 교인들은 그런 탄압에 조금도 굴복하지 않았고 고난을 당하면서도 믿음의 신조를 지켰다. 그러던 중 1950년 9월 김용은 전도사의 동생 김용채 집사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공산당에 의한 첫 희생자였다.
23인 순교자, 목숨보다 ‘믿음’ 택해
김용채 집사의 죽음 이후 두암교회 성도들의 신앙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갈수록 더한 핍박 속에서도 오히려 더 모이기에 힘썼고, 서로를 독려하며 기도와 말씀에만 의지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신앙을 지키기로 마음먹은 성도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러다 학살이 시작됐다. 9월 10일~10월 26일 사이에 단지 신앙을 지킨다는 이유로 23명의 생떼같은 목숨들이 스러졌다.
9월 16일 윤임례 집사를 비롯해 10여 명의 순교자가 발생했다. 윤임례 집사는 칼과 몽둥이로 공격받고 대창으로 여러번 찔렸지만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때리는 공산당에게 “예수믿고 구원받으라”고 외쳤다. 윤임례 집사의 둘째 자부도 흔들림 없이 신앙절개를 지키자 공산당은 그녀의 앞에서 세 자녀를 우물에 빠뜨려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조선환 집사도 몽둥이와 대창과 칼에 찔리면서도 믿음을 수호했다. 공산당은 결국 그를 집에 두고 불을 질렀다. 공산당은 김정두 김환두 성도 가정에도 찾아와 흠씬 두들겨 패고 집에 가둔 후 불을 질렀다. 이렇게 순교한 사람 중에는 신생아도 포함되어 있어 당시의 핍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전쟁이 끝날 무렵 다시 국군이 정읍에 들어오게 되어 공산당이 퇴각했다. 당시 김용은 목사도국군과 두암마을에 들어와 가해자들을 만났다.
기적같은 ‘용서’로 끝까지 ‘신앙’지켜
하지만 김 목사는 가족과 성도들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 대신 하나님이 원하시는 ‘용서’를 주었다. 또 가해자들이 그곳에서 살 수 있도록 가지고 있던 땅도 나누어 주며 그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품었다. 인간적으로는 피눈물이 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이 ‘신앙’이기에 그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다. 원수였던 그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용서하자 가해자 중 몇몇 사람은 회개하고 두암교회에 입교하여 세례를 받았다. 이후 순교의 피는 복음의 열매로 이어져 윤 집사의 후손들 중 우리 교단 총회장 등 30여명의 목회자가 나왔다.
순교 70주년, 뜻깊은 의미 알려야
두암교회는 순교자 23인을 기억하고 그들의 순교정신을 전승하기 위한 순교비를 세우고,그 뒤에 23인의 순교자들을 합장한 묘도 마련해 이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의 순교는 잊혀져가는 역사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고 따라야할 생생한 신앙의 이야기다. 이런 의미에서 전주지방회는 올해 초 ‘두암교회 순교 70주년 기념사업회’를 구성해 순교신앙 전승에 나섰다. 기념사업회는 순례객들이 두암교회 순교자들의 영성을 느끼고 스스로 결단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순교기념관도 건축하고 있는데 기념관은 두암교회 순교역사는 물론이고 순교정신 고취, 거룩한 사역과 삶에 대한 콘텐츠 등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