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린 전기세를 내려고 신도의 현금카드를 훔친 목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 목사는 경찰에서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개척교회를 하다 보니 신도가 적어 수입은 없고 공과금은 수개월 밀려 체납된 전기세를 내려고 카드를 훔쳤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될 수 없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더니 세 차례에 걸쳐 43만원을 빼내어 쓴 사람이 목사여서 기사깜이 된 것일까?

▨… 소속 교파를 밝히지 않은 것은 기자의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목사들은 정상적인 신학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훈련과정을 거쳐 목사가 된 정상적인 교파에 소속된 목사라면 그런 실수는 저지를 수 없다고 강변한다. 언필칭 목사직 수행을 십자가의 길로 표현하는 목사들은 그 정도의 어려움으로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목사 자격이 없었던 것이라고 단칼로 잘라버린다.

▨… 실제로 개척교회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대부분의 목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자리에 내몰려져 있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보증금을 까먹다가 그 마저 바닥이 나면 내동댕이칠 수도 없는 회한만 끌어안는다. 그러면서도 저들은 또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다. 개척교회 목사들은 아마도 십자가의 길에 서 있다는 긍지만 씹으면서도 살아남는 훈련으로 연단되어지나 보다.

▨… 그러나 얼마나 많은 목사들이 그 연단의 과정에서 스러지는가를 이제는 우리 교단도 살펴야  할 때가 되었다. 교회 개척은 확실히 필요하지만 마치 개척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인 것처럼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풍토는 교회의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진화론자들의 자리다. 주님께 진실할 것을 다짐하던 젊은 눈빛들이 절망하면서 교회를 떠나는데도 하나님의 진실한 교회는 이뤄질 수 있는가?

▨… 모리스 바링(Maurice Baring·1874~1945)이 가상의 두 의사를 등장시켜 만든 대화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임신중절에 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매독환자이고 어머니는 결핵에 걸렸습니다. 이미 자식을 넷이나 낳은 경험이 있는데 첫째는 맹인, 둘째는 사산, 셋째는 농아, 넷째는 결핵에 결렸지요. 당신이라면 어찌하겠습니까?” “임신중절을 시키겠지요.” “당신은 베토벤을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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