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14:13~15)
꿈 많던 학창시절 여름방학이면 적어도 한 주간 이상 머물며 기도하고 설레임으로 미래를 꿈꾸던 기도원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은혜 받고, 성령을 경험하고, 목사가 되기로 서약도 하고, 온갖 귀신들이 떠나가고 질병이 낫게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신비주의자는 아니지만 크고 은밀한 일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때는 말 못하던 사람이 말을 하게 되고, 앞을 보지 못하던 사람이 앞을 보게 되며, 중풍병자가 목발을 짚고 왔다가 고침 받고 회복되어 멀쩡히 기도원을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각종 방언과 예언, 통역의 은사들이 성령충만함 가운데 주어졌습니다. 참으로 살아계신 하나님, 신실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곳이었습니다. 그 기도원 이름이 ‘헤브론’입니다.
본문 15절에 헤브론의 옛 이름은 기럇 아르바 라고 합니다. 아르바의 성읍이란 뜻이죠. 그런데 이 아르바는 아낙 사람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이었고, 나아가 여호수아 15장 13절에는 아르바는 아낙의 아버지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럇 아르바라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 좋은 추억이 하나 있습니다. 가나안 땅을 정탐하러 갔던 사람들이 헤브론에서 아낙 자손 아히만과 세새와 달매를 보았다(13:22)고 보고하면서 또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도 보았는데(민 13:33) “누가 아낙 자손을 능히 (그들을) 당하리요…”(신 9:2) 말함으로 불신앙의 모습을 보이게 한 동인이 된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럇 아르바는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서로 불평하게 하고 불신케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아낙 자손을 보고 온 정탐꾼들이 믿음으로 전진하자는 갈렙을 돌로 쳐 죽이려고 덤벼들던 서로 원망하고, 불평하고 낙심케 하고, 포기하게 만든 장소가 바로 기럇 아르바입니다. 이처럼 기럇 아르바는 넘지 못할 장애물이 버티고 있는 지옥 같은 땅이요, 이스라엘 민족은 그 앞에서 메뚜기 같은 신세처럼 보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헤브론이 처음부터 이런 땅이 아니라 창세기 13장 18절에 롯과 헤어진 아브라함이 정착한 곳이기도 하며 사라, 이삭, 리브가, 야곱이 이 곳 막벨라 굴에 장사되었고, 전통적으로 매우 질 좋은 우량포도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 일부였고 그래서 땅 이름도 ‘친구, 벗’이란 의미의 ‘헤브론’이라 지어진 땅인 것입니다.
후에 본문이 기록하듯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라며 요청한 갈렙의 기업이 된 땅이며, 갈렙은 레위 제사장들을 위해 희사하여 제사장이 머물며 늘 예배드리는 장소가 되었고, 또한 도피성이 되어서 억울하게 쫓겨 다니는 사람의 피할 성과 방패가 되었고 다윗도 7년 동안 머물며 유다를 다스린 믿음의 땅, 축복의 땅, 감사의 땅이 된 곳입니다.
남들이 ‘기럇 아르바’에서 아낙 자손들을 볼 때 믿음의 사람 갈렙은 살아계신 하나님 여호와를 보았으며, 남들이 ‘기럇 아르바’에서 아낙 자손들 앞에서 기가 죽어 쩔쩔매고 있을 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기업으로 주겠다고 약속하신 신실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온전히 쫓은 갈렙, 그가 결국 하나님의 비전대로(하나님과 함께 가진 자신의 비전대로) 헤브론을 얻어 승리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헤브론이 기럇 아르바로 남아 있는 한 넘지 못할 산이요, 건너지 못할 강과 같은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삶의 현장이 아낙 자손들이 버티고 있는 기럇 아르바 같은 곳일지라도 그곳에서 헤브론을 볼 수 있는 성도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런 믿음의 눈을 가진 사람을 본문 14절에는 “하나님 여호와께 충성하였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없어 실망하며 주춤거렸던 저를 향해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니 뭘 보고 있는 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