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년부 낮 예배 시간에 ‘죽음’이 잠깐 화제로 올랐습니다. 용배 사는 김을봉 집사님이 도산 사는 김두순 집사님에게 물었습니다. 최근 도산 마을엔 동시에 두 번의 상(喪)을 치렀습니다. “도산 마을엔 두 명 보내고 또 한 명이 준비하고 있다며?” 말귀가 어두운 김 집사님이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다시 한 번 동일한 질문을 더 큰 소리로 반복해 묻습니다. 그제야 말의 뜻을 알고 싱긋이 웃으면서 대답 아닌 대답을 합니다. “이번 순서는 내가 아닌가 싶어. 온 몸이 쑤시고 영 죽겠는 걸?” 그러면서 연신 어깻죽지와 다리를 주무르면서 아픈 시늉을 합니다. 보아하니 약간의 엄살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멀쩡한 사람이 다음 순서라니…. 다른 사람이 있대요?” 그래도 시치미를 떼며 모른다고 합니다.

이날 말씀은 눅 15:8~10을 본문으로 ‘손해 보는 장사’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습니다. 열심히 설교를 하는데도 할머니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합니다. 그 중 좀 젊으신(85세) 총무 김종말 집사님이 안타까운 듯 거듭니다.

“목사님이 아무리 정성껏 설명해도 알아듣는 할머니들 별로 없어요. 지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요.” 할머니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목사님 생각대로 끌고나가 빨리 끝내 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찬송가도 매일 같은 것을 부르고(411장 ‘예수 사랑하심은’) 사도신경도 외워서 하기가 힘들어 따라 하게 합니다. “전능하사(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하나님 아버지를)…” 이 중 좀 길게 빼는 것은 다 따라 하지를 못하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우리 주 예수…)” 다 따라하지 못하고 ‘우리 주 예수’에서 끊깁니다.

이런 분들이니 제가 전하는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 됩니다. 그래도 예화를 곁들여 말씀을 전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다가 김두순 집사님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지난 설교 때 강조한 ‘천국’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습니다.

“김두순 집사님, 집사님이 돌아가시면 어디로 가게 되지요?” 김 집사님은 별 것 다 물어보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뒷산을 가리키며 답을 말하십니다. “저 산 너머 우리 선산이 있어요. 우리 종중 산이라요. 나 죽으면 거기로 갈끼라요. 우리 영감도 거기 묻혀 있고, 착한 우리 며느리도 지금 거기 묻혀 있어요. 거기 내 자리도 잡아 두었어요. 나는 거기로 갈끼라요.”

옆에 앉아 있던 김을봉 집사님이 이런 김 집사님의 대답이 정답이 아닌 줄 알고 옆구리를 쿡 찔렀습니다. 지난 시간 여러 번에 걸쳐 ‘믿는 자가 죽어서 갈 곳은 천국’이라고 한 말을 김 집사님은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계속 ‘우리 선산’만 들먹이던 김 집사님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집사님, 돌아가시면 어디 가시게 되지요?”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있다는 표정으로 크게 대답했습니다. 예배당이 울릴 정도로 그 소리가 쩌렁쩌렁했습니다.
“저 산 너머에 있는 우리 선산이요. 그 옆에 마을 이름이 천국이라요. 매곡면 천국리…” 모두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까지 인용하며 그곳도 천국은 천국이라고 박장대소했습니다.

천국 마을, 천국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천국리’입니다. 김두순 집사님은 그곳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몸은 죽어 땅에 묻히지만 우리의 영혼은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예배 때마다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그래도 기억 못하고 묻힐 땅만 생각합니다.

교회 노년부 8,90대 할머니들은 어린이와 같습니다. 순수한 것도 그렇고, 꾸밀 줄 모르는 게 그렇습니다. 또 도무지 계산할 줄도 모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도 똑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어린 아이들과 진배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어린 아이와 같이 되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마 18:3)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교회 나와 신앙 생활하는 할머니들은 모두 천국에 가실 것입니다.

말씀에 순종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분들이 바로 주님의 참 제자들입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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