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준비할 때 … 이색강좌 ‘눈길’
삶과죽음회, 이별학교, 생사학연구소 등

일러스트=서재형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죽음’이라는 화두를 금기시 해왔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요즘 ‘잘 죽는 방법(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태어나서 잘 먹고 잘사는 법(well-being) 이상으로 인생의 황혼에 이르러 아름답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well-dying)도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슬픔을 극복하고 고인과 유가족 모두가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이색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죽음’도 배워야 잘 대처할 수 있다
웰빙전문가들은 웰다잉의 본질적인 의미는 ‘죽을 준비’가 아니라 ‘진실하고 참된 삶을 살기위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잘 죽는 것(웰다잉)이 잘 사는 것(웰빙)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웰다잉 교육의 첫 걸음이다.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면 오히려 막연한 공포감이나 걱정이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므로 결국 웰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죽음’도 배워야 잘 대처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을 준비하는회(회장 홍양희, kakdying.or.kr)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사색하고 탐구하며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도록 돕고 있다. 1991년 창설된 이후 17년 동안 이들은 공개강좌와 테마 중심의 세미나, 슬픔치유 상담, 죽음준비 지도자 양성, 호스피스 연구, 교육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뜻을 알려왔다. 삶과죽음회는 자신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회고록과 자서전, 일기쓰기를 교육한다. 음악과 미술작품, 사진, 메모들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홍양희 회장은 “앨범에서 자신의 사진을 꺼내 보면서 지난 삶을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훌륭한 준비가 된다”면서 “사진에 비친 자신의 인생을 종이에 높낮이 곡선으로 표시해 본다면 한 편의 자서전을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소장 오진탁 교수, huspc.or.kr)는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죽음'을 모색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됐다. 특히 생사학연구소에서는 자살예방교육에 중점을 쏟고 있다. 그래서 노년보다 20대 젊은 층들을 주요대상으로 삼고 있다.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은데다 나이에 관계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젊은때부터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생사학연구소는 1년 2학기제로 운영되는 웰다잉 전문과정을 홈페이지에서 인터넷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100여 개의 동영상과 사진, 보조자료 등을 활용해 시청각교육이 진행된다. 학기마다 15주 동안 사이버로 수업을 진행하고 1년 과정이 마치는 시간에는 종교학, 심리상담, 정신의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미 죽음준비교육과 관련해 ‘인간의 삶과 죽음', ‘노인을 위한 죽음준비교육', ‘죽음의 철학적 접근'이라는 교과목을 개발해 10여년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중이다.

아름다운노년문화연구소(소장 정경숙 박사, cafe.naver,com/deat hedu)는 중노년층의 죽음준비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과 관련한 교육, 상담, 자료공유,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웰다잉 전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죽음준비의 의미에서부터 죽음에 관한 법률, 사전의료지시서 및 유언서, 죽음에 대한 생각나누기, 호스피스와 죽음의 이해, 회고록 만들기, 나의 장례식 등의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강의는 매학기 8주 강의로 진행되며, 수강생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원하는 형태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죽음협회(kathana.or.kr), 한국호스피스협회(hospicekorea.com), 아름다운 이별학교(beautifulfund.org) 등에서도 나를 포함한 가족, 주변사람, 사회로 확장되는 ‘우리’가 지금부터 다음 세대까지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정기적인 강좌를 개설, 죽음관련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웰다잉교육’ 교회의 역할
죽음의 준비는 누구나 필요하다. 죽을 때는 나이도, 성별도, 재산도 필요없다. 벌써 노년이됐다면 늦기전에 죽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고, 청년들이라도 죽음준비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죽음준비는 죽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중요하다. 장례법과 재산분배, 장기기증 등 사후에 자손들 사이에 분란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차원의 관심도 요청된다. 웰다잉교육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앙적 죽음의 의미를, 사회에는 잘사는법과 잘죽는 방법을 알리는 역할을 교회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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